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자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적극 도입하면서, AI 혁신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은 저렴한 비용 대비 높은 성능을 제공하며,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방성이 뛰어나 기업 맞춤형 적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BC는 12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8곳, 금융 및 증권사 9곳 이상, 국영 통신사 3곳, 스마트폰 제조업체 아너(Honor) 등 다양한 기업들이 딥시크 AI 모델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기차(EV) 시장의 선두 주자인 비야디(BYD)는 10일 열린 스마트 전략 발표회에서 자사 차량에 딥시크의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운전 중 음성 인식 기능, 차량 내 개인 비서 서비스 등 다양한 AI 기반 기능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우드·금융·헬스케어까지… AI 모델 활용 다각화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딥시크 AI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기업 고객들에게 딥시크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웨이쑨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AI 채택 속도와 사업 결합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는 지난 1월 20일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R1'을 출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딥시크는 오픈소스 AI라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고성능 엔비디아(Nvidia) 칩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AI 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효율적인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픈소스 AI, 비용 절감 효과로 확산 가속
CNBC는 중국 기업들이 딥시크 AI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오픈소스 방식을 통한 맞춤형 개발 가능성을 꼽았다. 기업들은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다운로드한 후 자사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기존의 고비용 AI 솔루션 대비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리침 애널리스트는 금융·은행·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데이터 보안과 규제가 까다롭지만, 오픈소스 AI를 활용하면 기업별로 보안성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딥시크의 AI 모델이 낮은 비용으로 제공되면서, 기존의 AI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들의 AI 도입 비용을 더욱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는 "아직 AI 모델이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느 정도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지만, AI의 대중화와 상품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도 AI 확산 지원… 2027년 AI 비용 99% 감소 전망
중국 정부 역시 자국 내 AI 기술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가 슈퍼컴퓨팅 네트워크'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과 개인에게 딥시크 AI 제품(API)을 3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현재 중국 AI 시장에서는 딥시크의 'R1' 외에도 알리바바의 '큐원',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 바이두의 '어니봇', 문샷의 '키미' 등 다양한 AI 모델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의 빠른 확산에 대해 "2027년까지 생성형 AI 모델의 평균 사용 비용이 현재의 1%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9년에는 중국 내 기업의 60% 이상이 AI를 주요 제품 및 서비스에 통합해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초기 도입 비용이 여전히 부담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대중화 가속… 중국의 'AI 굴기' 현실화될까
딥시크 AI 모델의 빠른 확산은 단순한 기술적 트렌드를 넘어 중국이 AI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AI의 실제 산업적 가치와 수익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AI 모델이 전통적인 AI 서비스 시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AI 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AI 비용 절감이 더욱 가속화된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의 대중화와 실용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