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힘들땐 고기 앞으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602109954083001[1].jpg "[정래연의 요리조리] 힘들땐 고기 앞으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
한국에서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둘러앉아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삼겹살을 즐기는 것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주말이면 고깃집이 붐비고 캠핑에서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삼겹살 데이'(3월 3일)를 만들어 따로 먹는 날을 만들기도 한다. 삼겹살이 이렇게 사랑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삼겹살은 돼지고기의 배 부위의 지방과 살코기가 세 겹된 모양에서 유래했다. 삼겹살이 대중화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육식문화가 널리 퍼진 이유로 몽골의 영향이 컸다는 주장도 있다. 몽골이 고려에 꼬치 '설하멱'을 전파하며 고기를 넓게 저민 '너비아니'가 발달했다고 한다.
1930년대 출간된 방신영의 저서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돈육 중에 가장 맛있는 부위로 뱃바지(배)의 세겹살이다'라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은 일제강점기까지 세겹살, 삼층저육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과거 돼지는 음식물쓰레기나 인분을 먹여 키워 고기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해방 이후까지도 소고기를 더 선호했다. 돼지고기를 먹을 땐 냄새를 잡기 위한 양념, 된장, 생강 등을 활용해 주로 탕, 찜, 전골의 방식으로 조리했다.
1967년 정부에서 소고기가격 급등을 방지하고 육류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소고기 가격을 규제했다. 1967년 5월 10일자 동아일보는 소고기 가격 급등으로 인해 문 닫는 음식업소가 많아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생산량을 늘려 사람들의 수요를 대체하고자 했다. 이처럼 돼지고기는 내수용으로 소비됐다.
![[정래연의 요리조리] 힘들땐 고기 앞으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602109954083001[2].jpg "[정래연의 요리조리] 힘들땐 고기 앞으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
1971년 일본에서 돈육 수입 자유화를 실시하며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국내소비를 권장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돈육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자 대기업들도 돈육 산업에 뛰어들었다. 1973년 삼성은 지금 에버랜드 위치에 당시 최대 규모의 돼지농장 '자연농원'을 조성했다. 삼성의 '자연농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형 양돈장이었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반발이 심해지며 결국 1989년에 자연농원을 정리했다.
1970~1980년대에 이르러 삼겹살은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돼지고기 산업이 본격화되며 1970년대부터 돼지고기의 역한 냄새를 잡기 위해 사료를 수입하고 수퇘지를 거세했다. 산업화 시기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이 회식의 대표적인 메뉴로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삼겹살은 소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그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IMF 경제 위기시기에는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로 삼겹살이 주목받았다.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야 해.' 우리가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하는 말이다. 이는 인분,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며 사육했을 당시 돼지 기생충 때문에 생긴 말이다. 하지만 양돈산업의 기업화, 산업화로 기생충은 현저히 줄었다. 이후 사람들은 육즙을 살리는 등 다양하게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문화와 감성을 담고 있다. 고기를 구우며 나누는 대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한 잔의 소주와 어우러지는 정서적 만족감까지. 삼겹살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늘 저녁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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