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新)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으로 꼽히는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이재명 대표의 '잘사니즘' 노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반영한 35조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기조가 집중 비판 대상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당 정체성을 명분으로 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전통적 지지층에 소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4일 광주시 서구 홀리데이인호텔에서 열린 광주경영자총협회 특강에서 추경 예산 규모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반대했다.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똑같이 25만씩 나눠주는 것에 대해선 (한계소비성향과 정책일관성)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며 "더 힘들고 어려운 계층에 보다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취약계층일수록 한계소비성향(소득이 올라가면 돈을 쓰는 비율)이 높다"며 "반면 부자들은 소득이 늘어단다고 그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추경을 위해선 25만원을 양보 내지 철회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결국 끼워넣었다"며 "일관된 우리 입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같은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과 관련해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자세라고 본다"면서도 "당의 정체성, 당의 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은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는 주경을 고리로 한 여야 정쟁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통크게 양보하자. 25만원 고집을 버리자"고 촉구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꾸는 것은 민주적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명계 주자들의 이런 비판을 두고 전통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클릭' 노선에 반발하며 이탈하는 진보 성향 지지자들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편, 당내에선 대선 정국이 본격화 할 경우 정책 노선을 고리로 이 대표와 비명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세희·안소현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3년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해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영화 제작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