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바티칸도 인정한 `소녀의 기적`](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8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바티칸도 인정한 `소녀의 기적`")
메일린의 기적
에마뉘엘 트란 지음 /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펴냄
"이 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생명의 취약성도, 눈 깜짝할 새에 이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리가 이뤄낸 성취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도, 일상이 흔들리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생겨나고 최악의 순간과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깨달았다. 이 예기치 못한 운명에, 그늘에서 빛으로 건너온 이 여정에 우리는 감사했다." (본문 183쪽)
그 모든 일은 작은 소시지에서 시작됐다. 2012년 5월 29일, 친구들을 초대해서 모임을 갖고 있던 에마뉘엘 트란은 당시 세 살이었던 막내딸 메일린에게 소시지를 건네주었다. 메일린은 소시지는 먹다 숨을 못 쉬게 되었고 결국 쓰러졌다. 응급 처치와 병원 치료에도 아이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의료진은 영양공급 중단을 제안했지만, 가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기로 했다. 의료진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기도와 주변의 도움 속에서 메일린은 점차 반응을 보이며 회복했다. 사고 넉 달이 지나서는 혼자서 일어날 수 있게 됐으며, 8개월이 지나서는 걸어 다녔다.
책은 심각한 뇌 손상을 극복하고 생환한 한 아이의 경이로운 회복을 기록한 에세이다. 메일린의 아빠 에마뉘엘 트란이 썼다. 책에는 아이를 되살리기 위한 부모의 각오와 의지가 오롯이 묻어난다. 그 의지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메일린의 사례는 바티칸의 심사를 거쳐 2020년 5월 26일 '기적'으로 공인됐다.
신의 축복 때문인지, 아이의 타고난 회복력 때문인지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해 체감하지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안겨주는 소중함이다. 진짜 기적은 작은 일상 속에 있다. 책은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생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건넨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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