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대체 투자 상품인 달러예금 잔액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골드바 품귀 현상에 따른 것으로, 은행 금(金) 통장 잔액도 연일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총 676억5207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말 기준으로 지난 2023년 1월 말(682억3181만달러)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당시 평균 원·달러 환율이 1247.2원에 불과했고, 이달 1~14일 평균 환율이 1450.9원에 육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환산 시 잔액은 당시보다 15조원 가까이 큰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고환율 시기에도 달러 매도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기보다 추가 매수로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셈이다.
달러예금 잔액은 1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637억9719만달러)보다 6.0%, 지난달 말(635억2915만달러)보다 6.5% 각각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최근 안전자산 선호에 더해 17일(현지시간) 미국 공휴일인 프레지던트 데이를 앞두고 달러 매수세가 더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본다.
최근 골드뱅킹 잔액도 크게 늘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이달 14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총 9019억원이었다. 하나·농협은행의 경우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는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국민 등 3개 은행 잔액이 9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7일(-30억원)을 제외하고 늘었다. 1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7822억원)보다 15.3%, 지난달 말(8353억원)보다 8.0% 각각 증가했다.
골드바 판매액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취급을 중단한 영향으로 주춤한 듯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5대 은행이 이달 1~14일 판매한 골드바는 총 502억1328만원으로 역대급 규모를 보였다. 다만, 지난 14일 하루 판매액은 96억983만원으로, 전날(108억3217만원)보다 11.3% 감소했다.
대체 상품에 몰리자 수급이 불안한 모양새다. 국민은행은 이달 12일 중단했던 골드바 판매를 17일에 1kg짜리에 한해 재개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중단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