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가구 계획… 1.3조원 필요
재고처리에 재정부담 늘어날듯
위기 악순환에 도덕적 해이 논란
재고처리에 재정부담 늘어날듯
위기 악순환에 도덕적 해이 논란
![[기획] 또 `혈세 땜질`… LH, 미분양 대거 매입](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002100163046001[1].jpg "[기획] 또 `혈세 땜질`… LH, 미분양 대거 매입")
3000호 매입에 1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이미 부채가 160조원에 육박하는 LH의 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침체 장기화에도 신규 분양을 늘리고, 분양가를 높여 온 건설업계의 손실을 혈세를 투입해 보전해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LH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디지털타임스가 지난해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국민평형(84㎡)의 평균 분양가는 4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LH가 분양가를 기준으로 3000호를 매입할 경우 1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15년 전 LH가 악성 미분양을 매입할 당시 분양가의 70% 수준을 책정한 것을 고려해도 1조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LH 내부에서는 발표 당일까지 필요 자금을 추산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LH에 책임을 떠넘긴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PF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LH가 이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민생토론회에서 이를 확정지었다. 3월 민생토론회에서는 향후 2년간 신축매입임대를 1만5000호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8·8 부동산 대책에서는 올해까지 공공 신축매입 11만호와 서울지역 무제한 매입을 약속했다. 지난해에만 LH의 신축매입 물량이 최소 12만5000호 증가했고, 이번 악성 미분양 3000호까지 추가됐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LH의 주요 수익원인 토지판매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매입에 대한 부담만 늘어나자 LH의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LH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LH의 부채는 152조8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18%에 달했다. 오는 2028년까지 부채금액은 22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LH는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LH를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 마련 등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압박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 때마다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사업을 떠넘기고 있다.
건설업계의 방만 경영이 자초한 위기를 혈세를 투입해 반복적으로 틀어막는 것에 대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나온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졌지만 건설업계는 꾸준히 분양가를 높여 왔다.
2023년 4억1000만원 수준이었던 지방 아파트 평균 분양가(84㎡)는 1년새 3000만원 더 올랐고, 신규 분양 물량도 12만호에서 15만호로 늘었다.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고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을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높아진 분양가와 늘어난 물량은 곧장 미분양으로 이어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PF나 미분양이나 위기가 생길 때마다 혈세를 투입해 막아주니 정리돼야 하는 업체들이 계속해서 사업을 벌이고 또 위기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지방 집값과 토호 건설사를 방어해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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