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오는 28일 오후 5시까지 접수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참여의향서는 이동통신사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등 관련분야 주요기업 대다수가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참여의향서를 낸 곳만 구체적 사업내용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은 민간 컨소시엄 선정을 거쳐 공공 51%, 민간 49% 비율의 합작투자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SPC 주도로 최대 2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 1엑사플롭스(EF) 이상 AI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사업 부지는 비수도권이어야 하며, 민간에서 입지와 전력 확보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때문에 지방에도 인프라를 충분히 보유했고 그룹사 등 내부로 수요 창출도 가능한 이통사들이 컨소시엄 구성의 주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일각에선 SK텔레콤과 KT의 양강 구도로도 내다본다. KT는 KT클라우드 등을 통해 일찍이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펼치며 동적할당 등 기술역량을 고도화해왔는데, 최근 SKT도 미국 람다 등과 손잡고 GPUaaS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아 AI데이터센터 사업의 연이은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 가운데 KT의 경우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가진 CSP 계열사(KT클라우드)가 있을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관련 역량도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국내 CSP들과 AI기업들이 컨소시엄 참여에 있어 SKT와의 협력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SK그룹과 다양한 협력을 해온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행보 또한 메가존클라우드 등 관리형서비스제공사(MSP)들과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추진하는 '범정부 AI 공통기반' 사업의 경우 내달 초 사업 공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1년차 100억원, 2년차 150억원 규모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부처·기관마다 각기 다른 AI가 산재·격리되는 사일로화와 특정 사업자 종속을 방지, 다양한 공공 AI서비스를 개발·확산하기 위한 공통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국가정보원의 망분리 규제 개선책인 '국가망보안체계(N2SF)' 실증을 위한 선도사업으로도 진행된다.
이 사업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민관협력모델(PPP) 기반으로 추진된다. 따라서 이곳에 입주해있는 3개 CSP인 삼성SDS,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와 AI기업들 간 의기투합이 점쳐진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조건부 PPP 참여도 타진했으나, 삼성SDS와의 협력을 검토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업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예외 적용을 받은 만큼, 지난해 정보화전략계획(ISP)·업무재설계(BRP)를 수행한 LG CNS 등의 행보도 주목된다.
다만 아직 이런 사업들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AI컴퓨팅센터의 경우 오는 5월로 예정된 사업참여계획서 접수 때도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질진 미지수다. 6년간 공공출자는 최대 2000억원으로,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대출이 제공되긴 하나 부족한 자금은 민간에서 차입해야 하므로 사업자로선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성능 GPU 수요는 많겠지만 이에 대해 명확히 조사된 게 없고, 이들을 대상으로 할 사업 내용도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아 사업자들이 아직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못한 상황이다.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 등의 AI 연구개발을 위한 저렴한 운영도 요구되는 데다, 2030년까지 국가AI컴퓨팅센터 내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50%까지 높여가도록 정한 요건 또한 걸림돌로 지적된다.
범정부 AI 공통기반 사업의 경우 PPP 모델 자체가 외부 인터넷망 연결이 제한적이므로 국가AI컴퓨팅센터 등과의 연계가 과제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정원에서 기존의 상주인력 요건과 함께 이에 대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IT업계는 사업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이며 안정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워낙 불안정하다보니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들이 많다. 대체로 간만 보는 상황"이라며 "클라우드 전환 사업도 그랬고, AI도 올해 예산 집행을 상반기에 한다고 했는데 늦어져서 일정 관리 관련 문제도 있다. 매번 이러는데, 국가AI컴퓨팅센터 쪽도 일단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 말했다.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의향서는 대부분 내겠지만 향후 실제 참여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GPU 몇 장이란 메시지를 내는 데만 열 올리고, 실제로 수요기업들이 쓸 수 있게 하게끔 하는 데까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GPU 구매에서 끝날 게 아니라 이를 쓸 곳이 얼마나 되는지, 이들이 비용을 낼 수 없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그에 따라 사업자의 GPU 서비스도 지속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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