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윤동주 80주기, 그의 시를 더 깊이 읽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0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윤동주 80주기, 그의 시를 더 깊이 읽다")
동주 시, 백 편
이숭원 지음 / 태학사 펴냄
한국인이라면 윤동주(1917∼1945)의 '서시'를 한 번쯤 접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스물넷의 젊은 시인이 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는지'를 궁금해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줄 책이 나왔다.
책은 지난 16일로 서거 80주기를 맞은 윤동주의 시를 조명한다. 시인이 중학교 3학년 때 쓴 '초 한 대'부터 일본 유학 시절 마지막으로 남긴 '쉽게 씌어진 시'까지, 그가 남긴 시 100편을 엄선해 현대어 정본으로 실었다. 매 편마다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한 어휘 풀이와 해설을 함께 수록했다. 전편 해설을 붙인 윤동주 시집으로는 이 책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저자는 윤동주가 창작한 순서에 따라 시를 실었다. '성장기'(1934~1937), '연희전문학교 입학기'(1938~1939), '번민과 갈등의 시기'(1940~1942)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창작 시점에 따라 순서대로 읽으면 윤동주라는 한 예민한 자아의 사색 과정과 변화의 내력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대로 그의 시를 창작 순서대로 읽으면 시인의 섬세한 자아가 어떤 사색을 거쳐 변화해 갔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일기와 같다. 윤동주의 시는 당시의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도정에서 창조되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필연적으로, 숙명적으로 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고뇌하는 내성적 지식인의 자리에서 어떻게 역사 앞에 떳떳한 '현실적 행동가'의 자리로 바뀔 수 있었는지, 그 변화의 시점은 어느 지점인지도 찾아낼 수 있다.
윤동주의 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의 시어와 당시의 시대적 맥락 등을 이해한다면 더욱 풍부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책은 윤동주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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