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정기총회서 연임 취임사
"낡고 과한 규제, 기업 발목 잡아"
AI경쟁력 강화·상법 개정 언급
"낡고 과한 규제, 기업 발목 잡아"
AI경쟁력 강화·상법 개정 언급
"제도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우리 기업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IMF 위기 때보다 못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20일 제도를 이끌어가는 정치권에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류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64회 한경협 정기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뒤 회장 취임사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류 회장은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벼랑 끝"이라며 "급변하는 세계에서 정체는 곧 추락"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국민소득도 없다. 기업 위기가 국민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라고 일갈했다.
류 회장은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의 삼성전자는 세계에 자랑하는 IT강국, 기술강국의 상징이다. 일자리와 수출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면서 "10년 전 삼성전자 시총은 1900억달러였고 그때 엔비디아 시총은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 TSMC는 3분의 2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시총은 약 2400억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10년 전 그대로"라며 "반면 엔비디아는 3조4000억달러로 280배 늘었고, TSMC도 1조달러를 넘어 세계 10위에 올랐다"고 비교했다.
류 회장은 "엔비디아는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는 토양을 가졌고, TSMC는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을 받았다"며 "지금 한국의 인공지능(AI) 투자규모는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제도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우리 기업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1997년 IMF 위기를 극복할 때만 해도 기초체력이 튼튼했고, 리더십과 국민단합이 확고했다며 "당시 정부의 해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IT와 벤처 진흥, 과감한 규제개혁이었다. 오늘의 여건은 그때보다 못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낡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첨단산업 육성법안들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정치적 갈등이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 논의도 걱정스럽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고, 해외 투기자본이 손쉽게 경영권을 공격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첫 임기를 시작 때 '한국경제의 글로벌 도약', '국민과 함께 하는 동반자',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 등 3가지를 약속 드렸다, 오늘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려고 한다"며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되살리기에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시대적 도전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업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 그 일환으로 1월부터 '트럼프 2기 TF'를 가동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국민과 기업이 한마음을 이루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돼 앞으로 2년간 한경협을 이끈다. 이날 한경협은 회원, 국민, 정부와 함께, 한국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어 가겠다는 비전을 담은 새로운 CI를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CI에 대해 한경협은 "파란색은 우리 경제계가 개척해야 할 글로벌 시장과 창의·신뢰를 상징하며, 초록색 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구촌을 아우르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역할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2025년 사업 목표로 'Leading The Way, Growing Together'로 설정했다. 이는 국가경제와 국민행복을 이끄는 중추 경제단체이자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회원, 국민, 정부,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꼐 성장동력 확충, 트럼프 2기 대응, 민생경제 회복을 3대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경협은 KT, 카카오, 네이버, 두나무, 메가존클라우드, 한국IBM 등 주요 IT·테크 기업들과 LX, 동국제강 등 전통 제조업 분야, 엔터테인먼트(하이브), 이커머스(오아시스), 친환경(베올리아산업개발코리아) 등의 신규 가입도 이날 공식 발표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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