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입지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에 대항해 K-콘텐츠 주도권을 쥐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병을 논의 중이지만 최근에는 2위 자리마저 쿠팡플레이에 내주는 형국이다.
최근 티빙과 웨이브가 제휴서비스 논의를 시작하면서 합병 협의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난관이 많다.
웨이브는 25일부터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변경한다. 특히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관한 사항에서 제공받는자 항목에 SK텔레콤을 삭제했다.
업계에는 웨이브가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을 티빙으로 변경해 티빙과의 제휴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워낙 합병이 더뎠던 터라 제휴 서비스가 조금씩 합병을 진전시키는 동력이 될지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12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힘을 실었다. 최 대표는 "웨이브와 티빙의 가입자 구성이 달라 중복되는 가입자 규모는 30%대로 적은 편"이라며 "양사가 합치면 국내에선 최고의 예능, 드라마 콘텐츠를 가진 법인이 탄생하게 돼,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유효하다"고 했다. 티빙은 오는 2027년까지 가입자 1500만 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 대표의 분석과 달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너지가 점점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내놓은 올해 1월 주요 OTT 앱 사용 현황을 보면 넷플릭스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1416만명으로 전월(1317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 뒤는 쿠팡플레이가 760만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티빙은 626만명, 웨이브는 272만명으로 3·4위에 머물렀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에서도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1~11월 누적 전체 신규 설치 수 587만건을 기록해 국내 OTT 앱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쿠팡플레이는 자체 콘텐츠인 '하이드', '동조자', '새벽 2시의 신데렐라', 'SNL 코리아 시즌 6',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대학전쟁 시즌2', '슈팅스타', '가족계획', '뉴토피아' 등을 연이어 내놓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OTT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티빙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인 지상파(KBS·MBC·SBS) 콘텐츠는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 SBS는 최근 웨이브 독점 계약 종료 후 넷플릭스와 6년 간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MBC도 쿠팡플레이에 무한도전을 비롯한 인기 예능·드라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더욱 티빙 자체적으로도 KBS·MBC 등 지상파 콘텐츠를 확장하고, 파격적인 수준의 광고요금제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합병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변수다. IPTV 사업자이기도 한 KT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IPTV 이용자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합병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선미 KT 연구원이 지난 15일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논문지에서 발표한 'OTT 서비스와 유료방송 이용 간 관계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경우 IPTV를 포함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증감에 영향이 적으나 콘텐츠간 유사성이 큰 티빙과 웨이브는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 영향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