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이 올해 무려 7개 국내외 기업들과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전방위적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 제로'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광산 물류 전기화, 배터리 교환 등 해외 거점에 적합한 친환경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해외 거점 확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과 직결된다. 지난해 1위를 유지한 CATL과 2위까지 올라선 BYD가 내수 기반의 가격 경쟁력에 기술 혁신으로 우위를 점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약 두 달 동안 7개의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7개 협약의 공통적인 점은 배터리 기술 혁신으로 전기차 산업 전반의 친환경 전환과 탄소 배출 저감이다.
CATL은 탄소 제로 목표를 위해 지난 21일과 지난달 5일 각각 중국의 철강·에너지 대기업인 라오닝 팡다(Liaoning Fangda)그룹, 시멘트·건축자재업체인 콘치(Conch)그룹과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완전히 0으로 만드는 것 매우 도전적인 과제인데 이를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CATL은 라오닝 팡다와 탄소 제로의 산업 클러스터를 공동 건설할 예정이다. 양사는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의 적용, 건설기계, 장비 등을 전기화할 계획이다. 콘치그룹과는 광산, 운송 등에서 물류 전기화와 탄소 제로 공장, 스마트 광산과 같은 솔루션 적용을 공동으로 촉진하기로 했다.
또 CATL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혁신과 배터리 재활용 등 첨단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ATL은 이를 위해 지난 21일 폭스바겐그룹(중국)과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연구개발과 신소재 적용, 부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전력 배터리를 기반으로 배터리 재활용과 교환, V2G(차량-그리드), 탄소 배출 저감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전기차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심화 전략 협력을 맺었다. 배터리 스와핑 분야에서도 CATL은 배터리 스와핑에 적합한 교환용 배터리 모듈을 개발하고 이를 대량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이다. SAIC는 이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물류기업 DHL 그룹과는 지난달 27일 전 세계 DHL 물류단지에 첨단 수냉식 에너지저장장치와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CATL은 이번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과 배터리 수명 종료 후 처리 기술의 미래를 연구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전기 상용차의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CATL은 지난달 6일과 이달 8일 각각 중국 FAW그룹의 하위 브랜드인 지에팡(Jiefang)과 중국 상용차 제조업체인 베이치포토톤과 전기 상용차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베이치포토톤과는 해외시장 확장이라는 목적을 명시했고 애프터마켓 부문에서도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CATL의 올해 이같은 움직임은 배터리 기술 혁신을 통해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해외 거점은 자국 내수와 달리 거점별 ESG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CATL은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 신청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헝가리 등 해외 프로젝트에 본격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는 배터리 산업 전반의 표준화를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 2위는 BYD다.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2023년 52.5%에서 작년 55.1%로 2.6%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1%에서 18.4%로 떨어졌다. 문장혁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CATL의 배터리는 사실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며 "지금까지의 단순한 배터리 공급업체를 넘어 글로벌 전반의 ESG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