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앞두고
우리, 국내 원화거래서 협업검토
하나, 업비트 회원대상 이벤트
우리, 국내 원화거래서 협업검토
하나, 업비트 회원대상 이벤트
올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인터넷은행보다 시중은행이 용이하다는 판단에 업비트가 시중은행과 손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등과 협업해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오는 10월 케이뱅크와 제휴 계약이 종료되는 업비트와 손을 잡으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법인 계좌 도입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가이드라인과 내부 통제 기준을 수립할 때 은행연합회와 협조해 제도 수립을 지원할 것"이라며 "가상자산 수탁사업이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협력방안에도 관심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우리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 중 보관·관리업을 영위하는 비댁스와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금융위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실무 검토에 한층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올해 2분기 지정 기부금 단체·대학 등 비영리 법인에 이어 하반기 상장사와 전문 투자 법인에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 시간표에 따라 향후 대기업 등이 가상자산 거래를 시작하면 금융 산업 측면에서도 신성장 동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나은행도 업비트 회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개최하자 업비트와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비트는 2채널 인증에서 하나은행의 하나인증서를 사용하면 햄버거, 커피 등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오는 4월 17일까지 진행한다.
2채널 인증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출금하거나 원화를 입출금할 때 개인 지갑을 등록할 때 거쳐야 하는 단계다. 회원 계정의 보안강화를 위해 안전한 수단으로 한 번 더 인증하는 절차다. 기존 네이버, 카카오톡 인증서만 가능했던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하나인증서를 추가했다.
업계에선 이번 이벤트가 업비트의 제휴은행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비트가 제휴은행인 케이뱅크 외 다른 은행과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벤트 주최자가 업비트가 아닌 하나은행인 점도 눈길을 끈다.
업비트는 해당 이벤트의 공지에 "하나은행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라며 "이벤트 관련 상세 내용은 하나은행 이벤트 페이지의 유의사항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제휴은행을 변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지난해 하나인증서를 추가했다보니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하나은행에서 이벤트를 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하나은행도 "이번 이벤트는 업비트의 제휴은행 변경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빗썸이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바꾼다고 발표한 후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계좌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1~10일 국민은행의 요구불 예금 신규 계좌는 5564좌에 그쳤으나 20~31일 2만1182좌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에도 3~7일 1만3452좌, 10~14일 1만1105좌 등으로 비슷한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못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업비트를 잡기 위해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는 예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업비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달 기준 빗썸과 NH농협은행의 예치금은 약 2조5000억원이지만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예치금은 약 7조7500억원이 넘는다. 예치금에서도 독보적인 차이를 보이는데다 케이뱅크는 매년 당초 계획보다 배가 넘는 자본 확충에 성공해왔다. 작년 1~3분기 케이뱅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224억원으로 전년도 연간 순익(836억원)을 넘어서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 고객 수는 1274만명으로 1년 사이 320만여명이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업계에서 그동안 독주해온 카카오뱅크를 쫓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놓고 시중은행 간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다. 업비트와 손잡으면서 인터넷은행 중 빠르게 자리잡은 케이뱅크처럼 거대한 수익 창출, 고객 유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기존 제휴가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형연·김지영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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