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반값 등록금, 이주호가 답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402102269061002[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반값 등록금, 이주호가 답해야")
그동안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대학에는 '국가장학금 유형II' 제한이라는 채찍을 휘둘러왔다. 반면,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한 대학에는 대학혁신지원금이라는 당근을 줬다. 그러나 몇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등록금 인상 억제가 지속되면서 대학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4년제 대학 190개교 중 26개교(13.7%)가 등록금 인상을 감행했다.
올해에는 70% 가까운 대학들이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0곳 중 131개교 (68.9%)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전체 151곳 중 120개교(79.5%)가 인상에 합류했다. 반면 국·공립대학 39곳 중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전체의 28.2%에 달하는 11개교였다. 이쯤이면 교육부 주도의 대학등록금 동결 유도는 실패한 정책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등록금 정책에 깊숙이 개입해온 인물이다. 현 교육정책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20년 전 '반값 등록금'의 첫 설계자였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는 등록금 반값 인하를 추진했다. 당시 공약을 다듬었던 인물이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었다. 어쩌면 그 덕분에 2010년 교육부 장관으로 영전한 것일지 모르겠다.
반값 등록금의 핵심은 '국가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절반가량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단순히 저소득층 지원을 넘어서 가계소득 분위에 따라 지원 비율을 달리해서 차등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원한다(국가장학금I). 또 대학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해당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대학연계지원형 장학금(국가장학금II)을 받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이로 인해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 동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그렇게 16년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에서 올해 1만30원으로 2.44배나 올랐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같은 기간 900원(카드사용)에서 1550원(1.72배), 택시요금 역시 2400원에서 4800원(2.0배) 올랐다. 반면 대학의 수입이 동결되면서 교수와 직원의 실질 임금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과 연봉이 비슷하다는 교수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상황이다. 첨단학과 신설이나 관련분야 우수 교원 초빙은 아예 엄두조차 못낸다.
정부 주도의 대학 등록금 동결이 초래한 사회적 폐해는 이것뿐만 아니다. 등록금 규제는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의 집중화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10년 전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학등록금은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대학 등록금 규제는 비수도권대학보다 수도권대학 지원 비율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N수생 증가, 사교육비 폭증, 학력 인플레, 부실대학의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정적 영향들도 나타나고 있다. 등록금을 정부가 상당 부분 지원하면서 반수, 재수 등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2024년도 수능 지원자의 35.4%, 2025년도 수능 지원자의 31%가 졸업생들이었다. 반면 사교육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학벌이라는 차별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등록금에 대한 세금 지원은 교육 수익자부담 원칙과도 맞지 않는 데다 고졸자가 대학 진학생을 지원하는 역차별이기도 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올해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는 어렵다"면서 "내년엔 대학 사정을 반영해 완화해 드릴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다면 반값등록금으로 상징되는 등록금 규제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사업 제한 및 국가장학금II 유형에서의 제외라는 불이익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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