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獨 유권자, 난민 범죄·반이민 정서 반영해 우파 정당 선택](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502102269061003[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獨 유권자, 난민 범죄·반이민 정서 반영해 우파 정당 선택")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독일 유권자들이 최근 잇따른 난민 흉악 범죄와 이에 따른 반이민 정서를 반영해 초강경 난민 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당들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을 차지했습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20.8％로 뒤를 이었고 집권 SPD는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습니다.
CDU·CSU 연합은 지난해 11월 일명 '신호등' 연정 붕괴로 시작한 이번 총선 기간 내내 30％ 안팎 지지율로 선두를 지켜왔지요. CDU·CSU 연합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면 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러한 우파 정당의 약진은 최근 잇따라 터진 난민 관련 흉악 범죄, 그리고 이에 따른 반이민 정서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의 설문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투표할 정당을 선택한 기준으로 국내 치안(18％)과 사회 보장(18％)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민(15％)과 경제성장(15％)이 뒤를 이었고, 한동안 독일 정가의 핵심 의제였던 환경·기후 정책에 따라 표를 던졌다는 유권자는 13％에 그쳤습니다.
'외국인이 독일에 너무 많이 유입돼 걱정된다'고 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55％에 달했습니다. 투표한 정당 별로는 극우 AfD 지지자의 89％가 이같이 답했습니다. CDU·CSU 연합 지지자 중에서는 70％였습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몇 달 동안 발생한 범죄로 인해 망명정책이 부각됐다"며 "이민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로 이민자 유입이 줄면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역시 핵심 쟁점이었다"고 짚었습니다.
CDU·CSU 연합은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고 이민자를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요. 이는 이민자 '재이주'를 상징적 구호로 내걸고 제2당으로 올라선 AfD의 난민정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메르츠 CDU 대표는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정치권 금기를 깨고 지난달 AfD의 찬성표를 합쳐 난민정책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강경책을 밀어붙였습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부터 난민 강력범죄가 잇따라 반이민 정서가 최고조에 달했지요. 지난달 22일 아샤펜부르크의 공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흉기를 휘둘러 2세 남아가 숨졌고, 이달 13일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집회 행렬에 차량을 몰고 돌진해 또 두살배기가 사망했습니다. 투표를 이틀 앞둔 21일에는 시리아 난민이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스페인 관광객이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집권 SPD와 연정 파트너 녹색당 등 진보 성향 정당들은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신속히 추방하겠다면서도 이민정책 방향을 크게 바꾸는 데는 머뭇거렸습니다. 만성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려면 이민자 문을 닫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한편 AfD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알리스 바이델(46) AfD 공동대표가 유럽을 휩쓰는 극우 물결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습니다. 바이델 대표는 독일 서부 귀터슬로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알리안츠 등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가로 2013년 AfD에 입당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 이민자들에게 모욕과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부르카를 쓴 여성과 정부 보조금을 받는 칼잡이 남성, 그 밖의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비난해 왔지요.
바이델 대표는 스리랑카인 파트너와 슬하에 아들 둘을 둔 레즈비언이며, 가족들과 사는 집은 스위스에 있습니다. 이는 '법률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인 독일 경쟁 정당들의 지도자 사이에서 신선한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바이델 대표가 상대적으로 AfD의 세력이 약한 옛 서독 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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