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악감정을 품게 된 시점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압박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는 탄핵소추 대상이 됐고, 이 사건 이후 젤렌스키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는 것이다.
◇트럼프~바이든~젤렌스키 이어지는 감정 소용돌이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향한 불만을 키운 사건은 또 있다.
지난해 9월, 젤렌스키가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한 것.
당시 젤렌스키는 전쟁에 필요한 포탄 공장이 있는 지역을 찾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공화당 측에서는 이를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향한 적대감을 키웠고, 이번 백악관 회담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젤렌스키 입장에서도 트럼프에게 끌려가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과거 헌터 바이든 사건을 조사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중단을 지렛대로 사용했던 경험이 젤렌스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젤렌스키의 측근들은 그가 그 사건 이후 '더 이상 트럼프에게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증언했다.
◇두 '알파남'의 충돌…백악관 파국 불러
바르토시 치호츠키 전 우크라이나 주재 폴란드 대사는 "두 강한 성격의 지도자가 충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본능에 충실하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트럼프와 매우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성향이 이번 백악관 회담을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또한 WSJ은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와 전쟁 상황도 젤렌스키의 강경 대응을 부추긴 배경이라고 봤다.
치호츠키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젤렌스키는 조만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그가 트럼프에게 굴복하면 정치적 생명이 끝장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국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올해 말까지 버틸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한 상태다.
전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즉각적인 재앙 수준은 아니며, 군사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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