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피지컬 AI' 출사표
옵티머스 대적 로봇 출시 포부
지분 투자·연구개발 등 집중
옵티머스 대적 로봇 출시 포부
지분 투자·연구개발 등 집중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가판에서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물 등의 소품을 건네 주고 인사도 나눈다. 단순히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고 물건을 들고 옮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다.
#미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최근 휴머노리드 로봇 헬릭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헬리스 2대가 등장하며 서로 냉장 보관 식품을 따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계란은 냉장고에 넣고, 과자는 선반 위에 두는 식이다.
이와 관련,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이 테슬라의 옵티머스에 필적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로봇을 2~3년 내 내놓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로봇은 올 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5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성형 AI' 다음을 이끌 '피지컬 AI'로 꼽히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들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 애플, 메타, 구글, 피규어AI,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 기업들이 포함된다.
'피지컬 AI'는 작년 1월 미 스탠포드대와 구글 딥마인드의 '알로하 프로젝트' 영상을 공개한 이후 부각되기 시작해, 지난달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발표 이후 관심도가 한층 높아졌다. 피지컬 AI는 정해진 로직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넘어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움직임 과정에서 팔의 각도나 힘 조절을 스스로 판단해야 해 인지 학습과정도 생성형 AI와 차이가 난다.
메타는 자체 AI 모델 라마(Llama)를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최근 리얼리티랩스 부문에 이를 위한 전담 부서를 꾸렸다. 엔비디아의 경우 젠슨 황 CEO가 CES 2025에서 로봇 개발 플랫폼을 발표했으며, 애플은 휴머노이드보다 인간 감정을 보여주는 램프 형태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옵티머스 젠(Gen) 3 모델까지 선보였다. 일론 머스크 작년 10월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옵티머스를 첫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美·中에 뒤쳐진 韓…삼성·LG 필두로 도전장
현재 국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속도는 미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중국 로봇 기업들은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미국, 중국에 포진하고 있다"며 미국 테슬라, 피규어AI, 어질리티를, 중국 업체 중에서는 유니트리, 애지봇, 러쥐, 유비테크 등을 선두 업체로 제시했다.
국내서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 격자를 빠르게 좁혀나가는 형국이다. 당장은 미·중 대비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지지만 로봇이 미래 사업으로 부각되면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시킨 뒤,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를 신설 부서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의 단장에 임명했다.
오 단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서 열린 'K-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2015년 중국 상하이서 열린 WRC(월드로봇컨퍼런스)에 초청을 받았는데, 당시 2족로봇을 걷게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기술적으로 크게 뒤쳐졌다"며 "이후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대량 생산하고, 자국 기업간 기술을 공유해 상향 평준화가 됐다. 현재 미국이 정교, 중국은 저가로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한국 기업)들도 2~3년 안에 글로벌서 당당히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로보티즈, 로보스타, 엔젤로보틱스 등에 투자해왔으며 작년엔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했다. 이 중 로보티즈의 경우 로봇팔(매니퓰레이터)의 핵심 부품인 엑추에어터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알로하 프로젝트에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 '다이내믹 셀'이 사용돼 업계 주목을 받았다.
백승민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장은 이날 세미나서 "현재 휴머노이드는 시각·촉각적으로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인간 노동을 대신하기엔 불충분하다"며 "가전 기업인만큼 우선 가정에서 의미있는 길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까지 제조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9년 145조 시장 전망…"로봇 없이 미래 없다"
이 외에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3세인 김동선 부사장이 로봇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고,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토스 출신의 김민표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HL그룹도 HL로보틱스로 로봇사업을 일원화 해 역량을 집중시켰다. 이 외에 원익로보틱스는 로봇 핸드 분야에 특화해 현재 메타 등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홀리데이로보틱스는 가상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휴머노이드 학습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이 전망한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471억달러(약 69조원)에서 2029년에는 986억5000만달러(145조2000억원)로, 연평균 15.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로봇에는 의료·배송로봇뿐 아니라 무인운반차량(AGV), 휴머노이드, 건설로봇 등 환경·공장·병원·공공 등 전문응용분야도 포함된다.
박 연구원은 "최첨단 로보틱스 분야는 앞으로 잘 될 수밖에 없다. 주요 제조업 국가들의 고령화·인구 절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산업은 한국이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가정한 뒤 5년 뒤를 상상해보면 국적기가 없는 나라, 대표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나라, 국산 스마트폰이 없는 나라 이상의 차이를 느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무조건 성공을 한다라는 마음 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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