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율로봇·AI 무장한 신공장 가동 눈앞…"K-바이오 새역사 쓴다"

입력: 2025-02-26 11:12 강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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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율로봇·AI 무장한 신공장 가동 눈앞…"K-바이오 새역사 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 5공장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강민성 기자

"여기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입니다."

지난달 24일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광활한 공사 현장 한가운데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가 손짓하며 말했다. 그의 뒤로는 높이 솟은 5공장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1년 반 전, 철골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던 자리에는 외부 공사가 끝나고 내부 설비 점검이 한창이었다. 5공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의 첫 공장이다. 메가팩토리 전략의 핵심 거점이 될 제2캠퍼스에서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거대한 건물 한편에서는 건설 장비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5공장이 있는 제 2캠퍼스의 부지는 크레인과 대형 트럭들로 붐볐다. 공사 인부들은 분주하게 자재를 옮기고, 자동화 설비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한국의 속도와 규모를 보여주며 고속 성장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캠퍼스를 통해 또 한번의 K-바이오 신화를 열어간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5공장은 이미 96% 이상 완공됐다. 이제 내부 검증 과정을 거쳐 4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생산동(DS동) 안에는 바이오리액터와 생산장비들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설비가 도입된 생산라인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감을 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에 이어 6~8공장까지 추가로 건설해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 5공장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강민성 기자

◇5공장 96% 이상 건설 =5공장의 건설 완료율은 96% 이상이다. 예비 가동준비를 마치고 오는 4월 본격적으로 가동돼 점진적으로 설비 가동률을 높일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외형이 완공되고 내부에도 설비가 다 들어가 있어 장비를 작동해 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18만리터(ℓ)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ℓ를 보유한 생산력 초격차를 확보하게 된다. 생산규모뿐 아니라 효율도 끌어올린다. 각 공장마다 자동화 설비를 설치해 생산 효율을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5공장은 18만ℓ로 15K짜리 바이오리액터(BRX) 12대가 설치됐다. 3층 규모의 생산동(DS동)이 있는데, 1캠퍼스에 위치한 1~4공장의 설계·운영 노하우가 집약돼 최대한 컴팩트하게 만들었다"면서 "생산지원동(MS동)에는 생산을 지원하는 물류와 데이터센터 등을 배치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향후 6~8공장 건설이 확정되면 2캠퍼스 전체를 연결하는 자동 물류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자율주행 운송로봇이 원자재·샘플 운반 맡아=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1캠퍼스의 경우 유틸리티동이 분산돼 설치돼 있는데, 5공장은 메인 유틸리티를 받을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또 폐수처리장, 냉각탑, 그 옆에 유틸리티를 배치하는 식으로 전체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5공장에는 메인 원부자재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창고도 들어선다. 이 창고에는 자율주행 운송로봇 (AMR)이 도입돼 스파인(SPINE) 구조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원부자재들을 나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 5공장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강민성 기자

그는 "AMR 로봇들은 3층을 다니면서 각 생산동의 자재를 운반하고, 생산할 때 나오는 샘플도 직접 로봇으로 받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5공장 내부 생산지원동에 있는 샘플관리실까지 가져와 일괄 처리하는 구조다. 5공장은 1캠퍼스와 다르게 건설할 때 골조가 올라간 후 콘크리트를 부어서 양생하고 올리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공장에서 직접 기둥을 제작해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명 PC공법으로 완공을 앞당겼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건설방식으로 품질이 더 좋아지고 인력 부담과 건설 시간을 단축시켰다"고 설명했다. 3공장(18만ℓ)과 규모가 비슷한 5공장은 3공장 대비 공사기간을 1년이나 단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1캠퍼스, 2캠퍼스 사이에 위치한 ADC 전용 생산시설 전경. 강민성 기자

◇생산 능력이 곧 경쟁력…공장 건설도 첨단공법 총동원=5공장 생산동은 온수, 냉수, 가스와 메인 배관들이 연결된 파이프렉이라고 하는 유틸리티 배관도 효율화했다. 기존에는 렉 골조와 배관을 각각 설치했다면 5공장은 지상에서 만들어 모듈화해 한번에 설치했다. 겉으로 보이는 외관도 타일을 하나하나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크게 짜서 붙이는 방식으로 효율화했다. 5공장 생산지원동에는 공장에서 필요한 각종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장치가 있는데 이 부분도 자동화했다. 사람이 직접 충전하지 않고 생산동이나 수요가 있는 곳에 자동으로 물질을 주입하거나 공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 생산동에서도 각 단계마다 사람이 직접 제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조컨트롤시스템(MCS)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동화를 강화해 생산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동 작업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 5공장 건설현장에서 막바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공장 건설에 대해 투자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현재 전체 가동 중인 1~3공장과 함께 매년 4공장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는 5공장 완공 이후 매출이 발생할 시점을 2026년 2분기로 보고, 투자 의견을 높이고 있다.

1~4공장을 바탕으로 이미 60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바이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 효율의 5공장 완공으로 78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더해 오는 2032년까지 6~8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 용량을 132만4000ℓ로 확장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ADC 공장도 가동 준비 중=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캠퍼스와 2캠퍼스 사이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시설도 완공하고 가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ADC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택한 미래 먹거리로, 관련 수주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있다. ADC 생산시설은 멀티모달리티 경험을 활용해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맞춘 서비스를 위한 운영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뒀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장에는 500L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2개 생산라인, 1개 정제라인이 설치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캠퍼스 5공장 건설현장에서 막바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ADC개발팀장(상무)은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DC는 고객사마다 다른 기술로 만들어져 위탁생산을 위해 제품마다 그에 맞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제품별 특징에 맞춰 일정한 품질로 생산됐는지 확인하는 분석법을 다양하게 내재화했다. 내·외부 검증도 모두 마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ADC 전용 생산시설에는 AI를 활용한 자동화 공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AI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기초부터 잘 추진하려 한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SG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존림 대표는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에서 CDMO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해 헬스 시스템 태스크포스(TF)의 공급망 분야 의장을 맡고 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지표로 꼽히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평가에서 수자원 관리 분야 상위 등급인 '리더십(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4공장 바이오리액터홀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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