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생부터 글로벌`… UC버클리 학생 10%가 사용하는 K-스타트업 `라이너`

입력: 2025-02-25 17:05 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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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시·원본 즉시확인 차별화
SQE·퍼플렉시티 등 빅테크 넘어
"구글 대체가능 검색 서비스 목표"
'고객'·'성장'·'즐겁게' 원칙 중요
원격 근무위주 샌프란… 개방성 강조
사옥 내 운동기구·카페 공간 눈길

[르포] `태생부터 글로벌`… UC버클리 학생 10%가 사용하는 K-스타트업 `라이너`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24일 마포구에 위치한 라이너 사무실에서 임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AI 스타트업, 서울 마포 '라이너'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을 나와 걸으면 이내 눈앞에 들어오는 라이너 사옥. 8층으로 올라가자 유리문 너머로 선명하게 빛나는 '라이너(LINER)'라는 네온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내부는 탁 트여 있었다. 유리창을 따라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고 우드톤의 따뜻한 인테리어가 공간을 감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대형 모니터였다. 시시각각 숫자가 변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 몇 명이 라이너를 사용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뉴욕부터 런던, 도쿄, 일본, 필리핀, 서울까지 전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데이터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라이너가 글로벌 AI 사용자들을 파고드는 기업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UC버클리 학생들의 10%가 라이너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연구자들이나 논문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특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휴게 공간 겸 외부 회의 공간인 타운홀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너 제공

라이너 사옥 휴게 공간 겸 외부 회의 공간 모습. 유진아 기자

라이너 사옥 휴게 공간 겸 외부 회의 공간에 위치한 게임기. 유진아 기자

◇자유로움 속에 스며들어 있는 '혁신'

대형 모니터 앞쪽에는 계단형 라운지(타운홀)가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 책들이 꽂혀 있는 이곳은 단순한 휴게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을 이어가는 하나의 '오픈형 회의실'이다. 라운지 한쪽에는 전자 피아노가 놓여 있고 계단형 라운지 가장 위층에는 게임기와 보드게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한 직원이 집에서 사용하던 게임기였는데 김 대표가 이를 사무실에서도 활용하자며 직접 매입한 것이었다. 라이너에서는 격월로 '라이너 데이(문화의 날)'를 열어 직원들이 게임을 하거나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 이날만큼은 업무에서 벗어나 팀원끼리 더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라이너 사옥 휴게 공간에 자리한 바 테이블. 직원들이 함께한 회식의 흔적으로 남겨진 빈 위스키 병들이 놓여 있다. 유진아 기자

라운지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휴게 공간과 바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간식이 비치된 테이블과 커피머신, 냉장고가 마련되어 있고 선반 위에는 위스키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회식 후 함께 마셨던 빈 병들을 일부러 남겨둔 것이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팀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낸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그 옆 테이블에서는 몇몇 직원들이 사내 스티커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라이너의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스티커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담고 있었다.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디자인이 적용됐는데 직원들은 스티커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며 정리하고 있었다.

라이너 임직원들이 사내 브랜드 후드를 착용하거나 소지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사무실 곳곳에서는 '라이너' 로고가 새겨진 점퍼와 후드를 입고 일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인, 기획, 운영팀까지 대부분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라이너 브랜드가 새겨진 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팀원들의 애사심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24일 라이너 사옥 코딩룸에서 두 명의 개발자가 코드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24일 라이너 사옥 휴게 공간 겸 외부 회의 공간에서 직원들이 회사의 정체성과 지향가치를 담은 라벨을 분류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직원들과 함께 앉은 대표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빠르게 피드백 주고받죠"

사무실 안쪽에는 '코딩룸'이라 불리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유리문을 닫으면 외부 소음이 차단되는 이곳에서 두 명의 개발자가 자유롭게 코드 리뷰를 진행하며 새로운 기능을 논의하고 있었다. 한 개발자는 앉아서 코드를 수정하고 다른 개발자는 서서 모니터를 보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라이너에서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도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고 김 대표 역시 같은 책상에서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라이너에는 대표실이 없다"며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책상 옆 쪽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홍대 뷰가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직원 한 명이 소파에 편하게 누워 있었다.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라이너에서는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직원들은 대표가 지나가든 말든 필요하면 편하게 눈을 붙이기도 하고 소파에 기대어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4일 마포구에 위치한 라이너 사무실에서 임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유진아 기자

◇"오픈AI·딥시크와 겨루려면 과감하게 탐험"

사무실 한쪽에는 간단한 운동 기구와 안마의자가 놓여 있었다. 책상에서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개발자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업무에 몰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거나 짧은 운동으로 머리를 식히는 모습을 보였다.

라이너의 회의실은 일반적인 숫자나 장소 이름 대신, 회사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라이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고객이 최우선이다(Customers First)'라는 원칙이 강조되고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I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과감하게 탐험하라(Explore Boldly)'는 자세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직원들은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라(Move with Urgency)'는 원칙을 따르고 있었다. 또 직원들의 성장을 장려하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그리고 자유롭고 즐거운 업무 환경을 위한 '즐겁게 일하라(Have Fun)'라는 가치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회의실에서는 직원들이 모여 활발하게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각자 노트북을 펼쳐놓고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회의실 문 쪽 벽면에는 '영향에 집중하라(Focus on Impact)'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라이너 사옥의 이사 전 모습. 라이너 제공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라이너 사옥의 현재 모습. 라이너 제공

◇실리콘밸리 한복판으로 진출…"미국서 1등 하면 세계서 통할 수 있어"

라이너는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하지만 두 공간의 운영 방식은 차이가 크다. 한국 본사는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협업하는 개방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작고 재택근무 비율이 높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모든 직원이 한 공간에 모여 일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실리콘밸리만 해도 핵심 인재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에 사무실보다 원격 근무 환경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라이너도 미국에서는 원격 근무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필요할 때만 사무실에 나와 협업을 진행하며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한다. 김 대표는 "한국처럼 꾸미려면 몇억 원이 필요하다"며 "샌프란시스코는 인건비도 높고 공간을 확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 한국 사무실처럼 꾸미려면 한 달 월세가 3억~4억원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너 사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너를 사용하는 사용자 수와 데이터를 표시하고 있다. 라이너 제공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미국 빅테크 제치고 AI 정확도 최고점

라이너의 빠른 실행력과 혁신적인 조직 문화는 AI 검색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이너는 생성형 AI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 검색을 지원하는 AI 검색 플랫폼으로 현재 220여개국에서 1100만명이 사용 중이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에 따르면 라이너는 웹 이용자 수 기준으로 AI 서비스 중 글로벌 9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체 사용자의 95% 이상이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확보될 만큼 글로벌 영향력이 크다.

라이너의 강점은 신뢰도 높은 검색 결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존 검색 포털에서 정보를 찾을 때 출처가 불분명한 결과가 포함돼 팩트 체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AI 검색 역시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인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라이너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가 답변 문장마다 출처를 명확히 제시하고 클릭 한 번으로 원본 문장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검색의 신뢰성을 끌어올렸다. 또 사용자의 질문을 단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검색어를 생성해 정확한 정보를 포함한 문서를 우선적으로 찾는 방식으로 검색 결과의 품질을 높였다.

최근에는 AI 검색 시장에서 라이너의 기술 경쟁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심플큐에이(SQE) 벤치마크 성능 평가에서 라이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제치고 최고점(93.7점)을 기록했다. 이는 퍼플렉시티 프로(90.6점), 구글의 제미나이 2.0플래시(84점), 오픈AI의 GPT-4o(38.4점) 등 동일 계열 서비스 성능을 뛰어넘는 결과다. 심플큐에이는 AI가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을 찾아내는지 확인하는 도구로 AI가 얼마큼 사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응답을 제공하는지 평가한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라이너가 되기를 원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먼저 라이너를 켜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를 3~5년 안에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글 대체 정보검색 서비스 될 것"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명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처음부터 가장 큰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숨 쉬는 것만으로도 돈이 든다. 밥값, 이동비, 인건비 등 모든 게 한국보다 3배 이상 비싸다"면서도 "한국에서 성공해도 글로벌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 1등을 하면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네트워크가 전부다. 처음에는 한국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면서 "먼저 정착한 한국계 창업가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곳으로부터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받는다"고 말했다.

라이너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검색 툴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금 검색 시장은 구글이 지배하고 있지만 라이너의 AI 기술을 통해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라이너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단순한 검색 최적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정보를 찾을 때 구글보다 먼저 라이너를 떠올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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