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육상건조공법·ICT로 효율 극대화… `조선 강국` 중심 우뚝

입력: 2025-02-27 10:52 양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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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운반선 육상건조 14주→10주
생산성 증대에 매출·영업익 증가
화물창 핵심 '기밀유지·단열성능'
자체개발 플라즈마 로봇 용접 우수
근로자 1.7만여명 중 외국인 25%
자동화 기술 적용… 현장교육 지원
ICT적용 눈에보이는 조선소 구축
추락·폭발·화재 사고예방 최선

HD현대삼호에서 건조 중인 17만4000㎥급 LNG운반선. 양호연 기자

K-조선,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지난달 24일 오전 찾은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조선소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작업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블록을 옮기는 트랜스포터의 경고음과 강재를 자르고 용접하는 소리는 조선업 호황을 실감케 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조선 강국'의 위상을 입증했다. 현장은 떠오르는 햇살을 맞으며 빛나는 선박의 모습만큼 밝았다. 업계에서는 이미 2027년까지 흑자를 사실상 예약한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K-조선의 전성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삼호에서 육상건조공법으로 건조되고 있는 LNG운반선 모습. 양호연 기자

◇육상건조공법, '공기' 줄이고 '효율' 높이고=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다. 영하 -163°C의 극저온에서 액화가스를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한 척당 가격이 약 2억60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달하며, 국내 조선사들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쳐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앞서 HD현대삼호는 세계 최초로 LNG추진 대형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꾸준히 친환경선박 시장을 선도해 왔다. 지난해는 LNG운반선 중심의 건조 비중을 확대하며 그룹 내에서도 두드러진 수익성을 기록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이 5.1%에서 10.3%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육상건조장으로 향하니 긴 선로가 눈에 띄었다. 작업에 한창이던 김신우 HD현대삼호 외업3부문 담당(상무)은 "이 곳 육상건조장은 국내 조선사 중 가장 차별화된 시설로, 회사 전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24일 HD현대삼호에서 육상건조공법으로 건조되고 있는 LNG운반선의 모습. 양호연 기자

육상건조공법은 맨땅에서 선박을 건조한 뒤 배를 해상 플로팅도크로 이동해 진수하는 방식이다. 기존 드라이도크 방식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많은 조선사가 육상건조장을 폐쇄했지만, HD현대삼호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도입했다. 최대 4만1000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자가구동 운반차를 활용하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적용으로 도크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건조 공기를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김 상무는 "처음 LNG운반선을 육상건조하는 데는 14주가 걸렸지만 이후 12주로 줄었고, 지난해부턴 척당 10주만에 배를 진수할 수 있게 됐다"며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이 좋아진 가운데 기존 8척에서 10척을 만들게 되니 매출과 영업이익율도 독보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삼호의 LNG운반선 건조 공정은 기존 블록을 20개 이상 결합한 초대형 '테라블록'을 육상에서 제작한 후, 횡으로 놓인 임시 선로를 통해 건조장으로 옮겨진다. 이후 좌우에 대형 크레인 2기가 장착된 안벽에서의 의장 작업을 거친다. 특히 총 연장 530m 규모의 '제2 돌핀 안벽'이 지난해 7월 준공되며 HD현대삼호의 전체 안벽 길이는 3.6km로 확장됐다. 이로 인해 동시에 접안 가능한 선박은 기존 14척에서 18척으로 증가하는 등 생산 효율성이 더욱 향상됐다.

안벽을 지나 왼편으로 시선을 돌리니 높게 쌓인 철강재들이 눈에 띄었다. 김 상무는 "1년에 선박 34척을 건조하는 데 약 80만톤 이상의 강재가 사용된다"고 했다. 강재는 주로 바다를 통해 운반되며, 두께와 종류별로 적치장에 보관한 후 작업 상황에 맞춰 사용된다.

HD현대삼호가 건조 중인 LNG 화물창 내부 모습. 양호연 기자

LNG화물창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여 온도는 20~30도, 습도는 70% 이하를 유지해야한다. 온습도는 프리쿨러와 히터라는 장비로 조절한다. 양호연 기자

◇화물창 설계 핵심은 '기밀 유지·단열 성능'= LNG선의 핵심 기술력이 총결집된 화물창 내부로 향했다. 화물창 제작 공정은 초극저온을 견딜 수 있도록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등 특히 숙련공들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선박 엔진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총 4기의 화물창이 실린다.

LNG운반선은 액체로 된 극저온의 화물을 저장하는 만큼 기·액체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밀 유지'와 '단열 성능'이 화물창 설계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LNG는 운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163℃로 액화해 저장해 운반하는데, 운항 시 유동에 의해 발생하는 슬로싱(sloshing)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LNG 기화율 최소화하고 기화된 LNG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 등이 필수적이다.

화물창 내부에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파트 12층(25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이다. 작업 공간 이동을 위해 '족장'이라는 8단 구조물이 설치되는데, 이는 공정이 끝나면 모두 철거된다.

그 때 HD현대삼호가 자체 개발한 '플라즈마(PLASMA)' 방식 로봇이 벽면에 붙은 1.2mm 두께의 스테인리스 패널의 용접 작업을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서의 용접과 달리 고밀도 에너지를 좁은 영역에 집중해 출력되니 주변에 불꽃이 튀거나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선을 따라 섬세한 용접 작업을 마치니 뒤이어 작업자가 플래시로 작업 부분을 비춰 용접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화물창은 LNG가 비등(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현상)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무척 까다로운 시공 과정을 거친다. 중국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러한 정밀한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화물창 제작에는 3개월, 마무리 작업에 2개월이 추가 소요돼 총 5개월이 걸린다.

화물창 제작은 목업(mock-up) 과정을 거쳐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 극저온을 견디는 소재로 시공한다. 이를 1차 방벽이라 하는데, 해당 작업이 끝나면 단열재 설치와 자동 본딩 기술 등을 활용한 2차 방벽 작업이 이뤄진다. 각 공정 작업이 완료되면 암모니아 등을 활용한 품질 검사 등을 통해 누기되지 않도록 최종 작업에 나선다.

현장에서 만난 조상선 HD현대삼호 멤브레인공사부 부서장(책임)은 "화물창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용접"이라고 강조했다. 용접이 잘못돼 액화천연가스가 새기라도 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책임은 "자동용접이 어려운 곡선 구간은 숙련된 작업자가 직접 용접에 나서는 등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바늘구멍 만큼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아야 해 수차례 검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책임에 따르면 화물장 제작에서 자재와 스펙 등은 정해져 있지만, 이를 실제로 현장에서 설치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조선사별 기술력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HD현대삼호는 프랑스 GTT사의 멤브레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조 책임은 "각 사별로 작업 효율을 높이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화 시설을 개발·적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도 "목적은 같지만 세부 기술들은 비슷한 듯 모두 다른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LNG 화물창의 플라즈마 자동용접 시공 장면. 양호연 기자

◇'안전 최우선' ICT적용 경쟁력 극대화= 최근 조선업계는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추락과 화재·폭발 등 조선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유형과 원인을 분석하고,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HD현대삼호 역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야드에서 '안전 최우선'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야드 곳곳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국기, '존중'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곳 삼호읍 일대 33만㎡ 부지의 야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현장 작업자들을 비롯해 설계와 생산 관리직 등 약 1만7000명 수준이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는 약 24개국, 3900여명에 달한다.

HD현대삼호는 최근 자동화 기술을 신규 적용해 작업자 대상 사전 실무 교육과 숙련도 향상을 위한 현장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대형 조선소 내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집진 설비를 설치했으며, 에너지 절감을 위한 효율 최적화 디지털·인버터 용접 시스템 적용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이 외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눈에보이는 조선소' 구축, 센서를 활용한 생산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생산 능률 향상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그룹 연구소 및 기본설계와 연계해 고객 니즈를 반영한 선형 다변화와 선주 맞춤형 표준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연비 개선과 안전 운항, 친환경 신기술을 융합한 통합 기술 솔루션을 제공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전남)/글·사진=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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