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산` 홈플러스의 교훈… 사모펀드에 고려아연 넘겨선 안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0502102369058001[1].jpg "[사설] `파산` 홈플러스의 교훈… 사모펀드에 고려아연 넘겨선 안돼")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4일 0시 3분께 서울회생법원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법원은 신청 11시간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사들였지만 과도한 차입매수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온라인 중심으로의 유통시장 격변에 대한 대응 미흡, 여의치 않은 자산 매각 등으로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와는 관계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무엇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신용등급이 낮아져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생절차 개시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된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왔다. 납품업체와 협의, 대금을 한두달뒤 정산해주면서 대신 지연이자를 주는 방안을 써왔다.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21년부터다.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 적자가 쌓여갔다. 2021년(회계연도 기준)과 2022년, 2023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회계연도에만 5743억원에 달하는 등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2024년에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으로 매출액은 5조30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1571억원 발생, 적자가 이어졌다. 여기에 MBK가 과도하게 빚을 내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 이자부담이 커진 것도 경영 부실을 심화시켰다. MBK는 인수자금 7조2000억원 중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인수 대상 기업이 가진 자산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leveraged buyout·차입매수)이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지만 경영을 정상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MBK의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거래업체와의 미정산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미리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나온다. MBK가 인수 기업의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은 플랜트 제조업체 영화엔지니어링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사모펀드의 가장 큰 관심사는 투자 이익 극대화다. 이런 측면에서 MBK가 영풍과 손잡고 국내 공급망 핵심기업 가운데 하나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추진 중인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는 국가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본연의 기업 경영보다는 투자 이익 확보에만 신경을 쓸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이는 아연, 납, 은, 구리 등 약 10종류의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안티몬,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전략광물은 국내 유일하게 생산한다. 더구나 MBK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모집한 투자자 가운데 중국 연기금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급망 핵심기업이 중국 측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에 국가 핵심 공급망 기업을 넘겨선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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