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없어도 배터리는 `에브리원`"…신시장 올인하는 삼성SDI

입력: 2025-03-05 16:11 박한나 기자

폰트

기자 구독

"우리의 파워풀한 생활, 안정적인 삶 곳곳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 있어요."

5일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삼성SDI 부스에 들어서자 '달이'가 움직이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부드러운 음성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은 마치 인간 안내원을 연상케 했다.

환영 인사를 넘어 달이는 유려한 몸짓으로 양팔을 흔들며 리듬도 탔다. 때때로 관람객이 포즈를 취하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고 "찍어 드릴께요"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남겨주기도 했다.

달이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로봇이다. 삼성SDI의 21700 배터리가 탑재된 서비스 로봇 달이는 경량화와 고출력, 장시간의 사용 가능성이 중요한 로봇 시장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에 부스는 자율주행 셔틀 '로이(ROY)'의 가상 탑승 체험존도 줄이 끊이지 않았다. 이 셔틀은 국내 1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개발한 레벨4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최대 11명의 승객을 완전 무인으로 실어나를 수 있다.

로이 내부에 들어서자 일반적인 미니버스와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곧 운전석도, 핸들, 페달도 없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낯설지만 신기했다. 한 관관객(남·26)은 "운전석이 없다 보니 완전 무인 모빌리티가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천장에 디스플레이로 시선이 갔다. 현재 속도와 주행 경로, '이번 정류장 삼성역', '다음 정류장 코엑스' 등 정류장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자율주행 중'이라는 문구도 화면 오른쪽에 표시됐다. 셔틀의 시속과 도로 옆 차량과의 거리도 실시간으로 측정됐다.

로이 전면과 바닥에는 'Powered by Samsung SDI'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었다. 단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를 넘어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원으로 자리 잡겠다는 삼성SDI의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실제 로이는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 덕분에 한 번 충전으로 삼성역 코엑스에서 강남역 사거리까지의 5km 구간을 왕복 10회 주행할 수 있다. 200km 주행이 가능한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 48X가 무려 4032개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이 패턴으로 매일 왕복 운행할 경우에는 약 8년 2개월을 사용할 수 있어 장수명 특징까지 갖췄다.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은 "로이의 국내 출시는 국토부, 환경부 등의 인증을 거쳐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며 "경주 등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정식 운영에 들어가게 되면 기존 시범 운행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드는 만큼 실제 사업 모델로 운영되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