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의 20% 수준 가격에 호응
약사반발에 일부 조기철수 방침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 발끈
당국 "위반혐의 있을땐 정식조사"
약사반발에 일부 조기철수 방침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 발끈
당국 "위반혐의 있을땐 정식조사"
다이소발(發) 건강기능식품 판매 논란이 잦아들 기미를 안 보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에서 저가에 내놓은 건강기능식품이 약사들의 반발로 판매가 중단되자 소비자들 간에 불만이 일어나며 파장이 커진 가운데 공정위의 정식 조사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지난달 24일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 골드와 루테인지아잔틴, 대웅제약은 루테인·철분·오메가3·칼슘·가르시니아 등 26종, 일양약품은 비타민C 츄어블정, 쏘팔메토 아연, 잇앤큐 등 9종을 내놨다. 이들 건기식은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 맞춰 3000~5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판매됐다. 약국에서 2만~3만원대에 판매되던 한달분이 다이소에서는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판매된 것이다.
접근성이 우수한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에 건기식을 내놓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이 가운데 약사들이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를 상대로 크게 반발하고, 일부 제약사가 다이소에 이미 공급한 물량만 판매하고 철수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일양약품은 건기식 판매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다이소 판매를 철회했다. 일양약품은 조기 철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약국 판매 제품의 5분의 1 수준인 건기식 판매에 따른 매출 하락을 우려한 약사들 반발을 고려한 조처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약국은 다이소에 납품한 제약 업체의 일반의약품을 전량 반품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다이소에 입점한 일양약품 등 제약사 3곳과 면담을 갖고 우려를 전달했다. 대한약사회는 유명 제약사의 '저가 마케팅'으로 소비자가 생활용품점 유통 건기식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처럼 오인한다며,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다이소 PB 건강기능식품의 가격은 그간 제약회사에서 약국에 공급했던 가격을 뛰어넘는 상상도 못 한 수준"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을 가격 비교만으로 구입하고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호작용 검토도 없이 섭취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도 유명 제약사의 '저가 마케팅'으로 소비자가 생활용품점 유통 건기식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내놨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약사집단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7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주는 약사회 주장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가 있고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라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집단의 대응을 두고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정위가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통상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조사를 벌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거나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 약사집단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특정 제약사에 제품 판매에 대해 압력을 가하면 거래상 지위로 볼 여지가 있다.
한편 앞서 대한약사회는 다이소가 제약회사의 염색약을 판매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다이소에서 동성제약의 염색약 '세븐에이트'가 약국 공급가보다 3000원 저렴하게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한약사회가 중재에 나섰고, 동성제약이 사과문을 제출하며 제품 출하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약국가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업계는 건기식은 이미 온라인,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는 만큼 다이소에서 팔아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국건기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인데 약국의 비중은 3~4%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기식은 대부분 자체 온라인몰이 있지만 유통망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제약사들이 약국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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