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민주당 의원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법' 발의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하지만 국민에게 비공개
"매년 2000여명 사망…유사 재해 재발 방지 필요"
"여당도 비슷한 내용 법안 발의…신속히 논의해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아버지가 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가족으로서 알고 싶은 건 당연했지만 자료는 모두 수사·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비공개였습니다."
재해 유가족들의 절규다. 2022년 1월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로 시행 3년을 맞았지만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간하는 산업재해 현황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연간 사망재해자는 2000여명 수준에 달한다. 연도별로 나누면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려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재해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훈령에 따라 '재해조사 의견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다. 여기에는 사고 발생 원인과 대책 등이 담긴다. 그러나 법령상 명시적인 작성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작성이 이뤄진다 해도 정작 유가족들은 '수사기관 제출 문서' 또는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수사가 끝난 이후에도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게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반면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산업재해 정보를 정부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 원인을 밝히는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법(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조사 의견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중대재해 발생 6개월 이내에 공개하되 유가족이 요청할 경우 3개월 이내에 교부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기소 후에는 유가족에게 수사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노동부는 2022년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약속했다가 "공정한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물러선 바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민감한 영업 정보가 담겨 있다면 해당 부분은 가린 채 공개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22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만 살펴보더라도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 여부·범위를 둘러싼 많은 견해과 달리 구체적 사고 원인을 알아야 근절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동의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공개 목적과 내용, 시점 등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재해조사 의견서를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송옥주·박해철·박홍배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만 그 죽음의 진실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가려지고 있다"며 "현행법상 항공·철도·해양사고는 법률에 따라 조사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표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생명만 다르게 취급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가족들이 소중한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 권리,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널리 알릴 권리, 정당한 배·보상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불필요한 비밀과 눈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윤선영의 국회법슐랭] 유족 알 권리 어디에…"재해조사 의견서 공개해야"](//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0902109958820001[1].jpg "[윤선영의 국회법슐랭] 유족 알 권리 어디에…\"재해조사 의견서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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