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자본금 기준) 모두 미국주식 수수료·환전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10개 증권사 모두 미국주식 수수료 0원과 환전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증권사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최근 2년여간 이어진 해외주식 쏠림 현상 영향으로 보고 있다. 미국주식에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다.
2023년 1월 94억달러 수준이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결제금액은 지난달 243억달러로 급증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대표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우리 주식시장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선점 경쟁도 치열해졌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수수료 '0원'과 환전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내놓으며 미국주식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은 당연하다는 시각이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등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앞장서 왔던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투자자 잡기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디지털타임스가 집계한 최근 10대 증권사의 수수료 정책을 보면, 10개 증권사의 평균 국내 주식 수수료는 0.15%, 해외 주식 수수료는 0.25%로 0.1%포인트(p)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10개 증권사 모두 미국주식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며 사실상 수수료 0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건, 키움증권 등은 수수료 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역시 환전수수료 이벤트 등을 통해 해외주식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보다는 이용자 확보가 더 큰 이득이 된다"며 "이용자만 확보하면 플랫폼 광고와 이용자 보유주식을 활용한 대차 거래, 홍보 효과 등을 거둘 수 있어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증권사들은 해외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국내 시장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밸류업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주식 시장에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투자자는 "증권사 앱을 들어가 보면 증권사도 결국 해외주식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퇴직연금 관련 이벤트만 있을 뿐, 수수료나 수익률 관련 이벤트는 해외 시장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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