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에 부담 커져
과세대상 2020년比 2배이상 ↑
개편안 세수 2조이상 감소 전망
정부의 이번 유산취득세 개편은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부담해 과세 형평을 높이고, 공제를 확대해 세 부담을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유산세는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 자산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상속세제가 20년 넘게 유지되는 사이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는 점이다. 집 한 채, 땅 한 마지기 물려받아도 내는 세금이 많아지다 보니 중산층의 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현행 방식으로 일괄공제를 적용해도 상속세 면제 기준은 10억원인데 이미 주택 등 자산 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가 일괄공제 5억원을 폐지하고, 자녀 1인당 10억원으로 인적 공제를 확대한 것도 이 같은 세 부담 경감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다만,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고액 자산가일수록 세 부담이 낮아져 '부의 대물림 방지'라는 상속세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세수가 한해 약 2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받은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 부담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는 불합리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는 사망자인 피상속인이 약 5%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이 상속세 대상이 많아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속세 과세대상은 1만9944명으로 2020년(1만181명)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결정세액도 같은 기간 4조2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통상 상속세 면제 기준을 보면 일괄공제 5억원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합한 10억원이다. 최근 아파트 등 자산 가격은 10억원 넘게 치솟았다. 그런데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는 1998년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으로까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속세법은 1950년 도입 이후 75년간 유지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때"라며 "상속세 공제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이번 개편으로 자녀 공제액은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확대된다. 현행 유산세 방식으로는 기초·자녀공제 합계와 일괄공제(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하고 있지만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원으로 적다보니 통상 일괄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자녀 수가 많든 적든 공제액이 같아지는 셈이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개별 자녀에게 확대된 공제를 적용하면 다자녀일수록 세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30억원 이상 거액의 자산가도 감세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별 상속인이 받은 재산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는 동일한 유산이라도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분산된다. 상속재산이 쪼개진 상황에서 세금을 매기면 과표 구간이 낮아져 그만큼 세 부담이 낮아진다. 부의 되물림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상속세가 되려 부의 집중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상속을 분산해 개별 취득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거액의 자산가들이 자녀 외에 먼 친척 등에 재산을 나누거나 입양해 양자를 들이는 수법 등의 사례가 그렇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우회 상속 등 조세 회피는 상속재산이 3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며 "우회 상속 결과 실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과세하고, 위장분할이 있는 경우 부과 제척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세수가 2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적공제가 확대되고 상속세가 개개인에게 쪼개져 부과되다 보니 누진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속세수 비중은 2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 0.5%에 불과했지만 2023년 기준 8조5000억원 걷혀 전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의 2.5%로 늘어났다.
과세자는 2023년 기준 1만9900명으로 전체 결정 인원의 6.8% 수준이다. 2000년 0.66%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과세자 비율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 세제실장은 "지난해 인적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효과를 1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며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인적공제에 과표분할 효과가 들어가면 2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 중산층 부담 줄인다 … "낡은방식 개편, 공제합리화"](//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202109902093005[1].jpg "[기획] 중산층 부담 줄인다 … \"낡은방식 개편, 공제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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