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재보궐 선거서 '신경전'
오픈 프라이머리 제안했지만 민주당 '묵묵부답'
교섭단체 요건 완화 논의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조기대선 정국에 돌입한 가운데 조국혁신당의 입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제대로 된 이념이나 정책을 펼치지 못해 원외로 퇴출당한 정의당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열린민주당처럼 민주당에 흡수되거나 연합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치러질 4·2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구로구청장·전남 담양군수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경쟁한다. 구로구청장은 민주당에선 장인홍 전 서울시의원이, 혁신당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위원 대리인을 맡은 서상범 변호사가 출마하기로 했다. 담양군수 선거는 민주당에서 당 부대변인을 지낸 이재종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후보로 나서며 혁신당 후보로는 정철원 담양군의회 의장이 등판한다.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과정에서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보궐선거 때 전남 곡성군수와 영광군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감정싸움까지 벌인 바가 있다.
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첫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2024년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하며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몰고 왔지만 22대 국회에 들어서며 이렇다 할 색이 드러나지 않고 있고, 조 전 대표가 수감되며 리더십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혁신당이 당선된다면 당의 존재감을 되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야권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발판이 마련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분한 표를 받지 못하거나 후보들이 낙선한다면 민심에서 민주당보다 멀어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혁신당은 야권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일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정치권에 '오픈프라이머리', 즉 야권과 시민사회 추천 후보가 국민 앞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도입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혁신당은 해당 방식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도 받아내며 대중에 '열린 정당'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비명계로 불리는 김두관 전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은 동의했다. 반면 이 대표의 의중은 '아직'이다.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연대할지, 경쟁 구도가 될지 불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우호적 관계로 해석된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현재 오픈프라이머리가 외연 확장, 강력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권단일후보로 이 대표가 유력하다고 보고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혁신당과 민주당은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혁신당은 12석을 보유 중이지만 국회 운영에서는 0석 취급을 받는다"며 "10석이던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20석으로 올린 것은 1971년 박정희 독재 정권"이라고 지적하며.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최근 교섭단체 요건을 15석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지에 교섭단체 요건 완화 논의와 관련해 "외국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적게 하는 곳도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10석은 너무 낮지 않나라는 의견이 있다"며 "대연정이 필요할 때는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니 조금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15석은 12석의 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길을 봉쇄하는 방안이어서 혁신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