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견디고 있는 유통업계가 사업확대로 '생존'을 넘어선 '지속성장'을 모색한다. 오너가의 책임경영 의지도 강조하고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2025년도 유통업계 주총의 스타트를 끊은 호텔신라, 롯데하이마트, ㈜신세계, GS리테일 등이 이 같은 행보를 본격화 했다.
호텔신라는 면세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노인 주거)로 눈을 돌렸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앞서 롯데호텔앤리조트, 메이필드호텔 등이 뛰어들며 호텔업계 대표 신사업으로 자리잡아가는 분야다.
이날 오전 9시 서울시 중구 장충동 장충사옥에서 제52기 주총을 열고 '종합휴양업',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승인 받았다.
이로써 호텔신라의 위탁운영 사업 영역이 호텔에서 시니어 레지던스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텔신라는 호텔의 경우 서울, 제주만 직영으로 운영 중이며 나머지는 위탁 운영 중이다. 사업을 추가하더라도 직접 건물을 지어 진출하는 방식보다는, 사업을 하는 오너사의 위탁운영 요청이 있을 시 해당 사업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부진 사장은 주주들에게 "각 사업이 가진 '業(업)의 본질'에 집중해 고객 관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운영 효율을 최적화함으로써 위기 극복과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제 면세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이고 단체관광객과 개별 관광객(FIT)유치에 집중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더디고 매출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불황으로 인해 다이궁이 사들인 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다이궁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급감한 9444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적자로 전환된 만큼, 돌파구가 될 신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은 "여행객들의 변화하는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브랜드·상품의 선제적 유치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는 한편 팬데믹 이후 저하된 면세 쇼핑에 대한 고객 관심·매력도를 제고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MD, 마케팅, 영업 등 전 프로세스를 개선해 각 채널별 타깃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하겠으며 내실경영을 중심으로 한 손익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력을 정상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하이마트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조립 PC의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고령화 사회에도 사전 대처한다는 목표로 신사업을 전개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고객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삼성로 롯데하이마트빌딩에서 '전자·전기·통신기계기구 및 관련기기, 기타 관련 부속품의 제조'와 '방문판매 및 이에 부수하는 서비스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의안이 가결됐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전자·전기·통신기계기구 및 관련기기, 기타 관련 부속품의 제조'는 PC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방문판매 및 이에 부수하는 서비스업'을 추가한 것은 노령화 사전 대처 차원에서, 직접 방문이 불가한 고객의 상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경우 이날 오전 서울 소공로 포스타워에서 주총을 열고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의 사명을 '신세계센트럴'로 변경했다. 대형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지역을 서울에서 전국으로 넓혀가고 있는 점을 반영해 새 이름을 달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사명에서 서울 등에 한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시티'를 삭제하고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센트럴은 신세계가 보유한 주요 부지를 중심으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송도에 5만9600㎡(약 1만8000평)의 부지를 보유 중이다. 2016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매입했다. 또 광주에도 9만5630㎡(약 2만9000평)의 부지가 있다. 지난해 7월, 금호터미널로부터 유스퀘어 매입 절차를 완료한 바 있다. 울산에서도 2만4332.5㎡(7460평)의 부지를 보유 중이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는 이날 "신세계는 업의 경계를 넓히며 대규모 복합개발 준비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랜 업력을 통해 쌓아온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리테일을 넘어 고객에게 진일보한 가치를 제안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복합개발을 비롯한 송도, 수서역, 센텀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들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GS리테일은 이번 주총의 방점을 '책임경영 강화'에 찍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동그린타워에서 열린 주총에서 GS그룹 오너가(家) 4세인 허서홍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가결시킨 것이다. 허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로 지난해 말 '2025 정기 임원인사'에서 GS리테일 새 대표로 취임한 바 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20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부진 사장이 의장석에 나와있다. 호텔신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