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모·공동 국정운영 체제 등 "객관적 자료 찾을수 없다"
근거 부족 '묻지마 탄핵' 철퇴… "행정부 향한 테러행위 제동"
이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기각 결정에서 핵심 쟁점은 '국회가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3인의 재판관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부분'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였다. 8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인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이 다수의견으로 기각입장을 밝혔다.
이들 중 김복형 재판관을 제외한 4명의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이 작위(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다만 헌법재판소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탄핵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에 신중하게 확인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어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을 아예 위반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기각 결론이지만 내용은 정반대로 맞서고 있다.
정계선 재판관은 홀로 인용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여러 탄핵 소추 사유 중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및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인정되고 그 위반의 정도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 또한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탄핵 소추 기준인 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탄핵 기준인 151석을 적용해 한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한 것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당 주도로 진행된 무리한 탄핵이 기각을 불러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관계가 아닌 정치 공세에 활용된 구호가 그대로 탄핵 사유로 명기되면서,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헌법재판소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것이 한 권한대행 기각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됐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한 권한대행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약 10일 동안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한 권한대행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음으로써, 관련 수사의 지연을 초래하고 공범 도피나 증거인멸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국회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계엄과 관련해서도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고,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는 국회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한 권한대행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조장·방치했다는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한 권한대행이 발표한 담화문의 전체적 취지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의 민심 수습과 안정을 위하여 행정부와 여당은 서로 협력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 행정부와 입법부 간 '독립성의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몰각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포럼 소속 변호사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과 별개로, 이번 한 권한대행 기각 결정은 '탄핵의 가면을 쓴 행정부를 향한 테러행위'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건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