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올해 100억달러(한화 14조5000억원 상당)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전통 제약사들과 손잡으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도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전망이 밝다.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 대신 소프트웨어(SW)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 치료하는 치료제다. 모바일 앱이나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기준으로 총 5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솜즈',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슬립큐',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 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소리클리어' 등이다.
웰트와 한독이 협업하고 있는 슬립큐의 경우 처방 병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6개 종합병원에서 실증 임상을 진행중이다. 또한 독일 불면증 의료기기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초기 연구 개발 비용이 낮아, 스타트업의 진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제약사들과의 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독과 웰트 사례 외에도 한미약품과 베이글랩스, 한국노바티스와 에버엑스 등이 있다. 한미약품은 운동중재 기반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베이글랩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치료기기를 접목한 비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근골격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에버엑스와 함께 AI 기반 근골격계 건강관리 서비스 '모라케어(MORA Care)'를 제공한다.
디지털 치료제의 또다른 장점으로는 제품 출시 속도가 빠르고, 물리적 제조 공정 없이 SW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점,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 용이하는 점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주로 정신 건강과 만성 질환, 신경과 질환 위주로 개발돼 출시돼 있지만 향후 치매 등 더욱 다양한 질환을 겨냥해 개발될 전망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2023년 국내 최초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승인 이후 시야 장애, 호흡 재활, 이명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가 안정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AI의 활용과 꾸준한 SW 업데이트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이를 통해 보다 연속적이고 혁신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원격 진료 등 법적 규제와 건강보험 의료 수가 적용문제 등 높은 진입장벽으로 사업 진출이나 성장에 걸림돌도 존재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치료제 기술수준의 경우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100%) 대비 78% 수준으로 3년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기술격차가 발생된 주요 요인으로는 정부지원 정책과 정부 규제를 지목했고, 정부 보상책이 적어 임상현장에서 활발한 사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헬스케어는 차세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으로, 국내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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