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1시간 전부터 상한가 근접
실질적 이익 아닌 재미만 좇으면
국장 물 흐리는 건 '내'가 될수도
실질적 이익 아닌 재미만 좇으면
국장 물 흐리는 건 '내'가 될수도
![[김남석의 개미생활] 삼성전자를 제친 이재명 테마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702109963046005[1].jpg "[김남석의 개미생활] 삼성전자를 제친 이재명 테마주")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국장(한국증시)을 망치는 주범은 누구일까. 곳간에 있던 현금은 승계를 위해 다 쓰고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재벌일 수도 있고, 시장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방관만 하는 당국이나 국회일 수도 있다.
기간을 어제로 한정하면 국장을 놀이터로 쓰고 있는 주체는 개인이 확실해 보인다. 내가 사는 주식의 기업이 뭘 하는지, 실적이 잘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테마만 있다면 일단 사고 봤다.
26일은 투자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중요한 날이었다. 야당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국가 지도자 경쟁자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주식시장은 빨랐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테마주' 가격이 급변했다. 오전까지는 '유죄'에 베팅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이나 여당 측 인사와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판결 예정 시간이 다가올수록 야당 대표 테마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법원 내부에 있던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결과를 중계했는지, 단순히 촉이 좋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판결이 나오기 1시간 전부터 이미 '이재명 테마주'는 상한가에 근접해 있었다.
미국만 봐도 정치인이나 특정 기업인 행보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시장은 너무 심하다. 특히 시장이 '개판'이라고 욕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럴 때 가장 빠르다.
통상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일 거래량 최상위권에는 삼성전자가 위치해 있다.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주식 수, 주주 수가 압도적인 만큼 거래량이 많은 것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삼성전자는 거래량 상위 10위에도 들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거래량으로 코스피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은 최소한 이달 중엔 처음이다.
전날 장 마감 직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그리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오리엔트바이오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에서는 오리엔트정공이 거래량 1위를 찍었다. 지아이텍, 자연과환경 등 다른 테마를 모두 제치고 정치테마주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당연히 '개미'다. 개인 투자자는 오리엔트정공 주식을 3285만주 사들였다. 5년 만에 거래정지가 해제되며 상한가를 기록한 주성코퍼레이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매수했다.
순매수량 기준으로도 오리엔트바이오는 개인 투자자 순매수 3위를 기록했고, 형지I&C, 형지엘리트, 오리엔탈정공 등이 순위권에 치고 올라왔다. 반면 삼성전자 주식은 361만주 순매도했다.
개인의 테마주 사랑은 이틀 연속 이어졌다. 이날도 오리엔트바이오가 코스피 거래량 상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형지엘리트도 5위로 삼성전자(6위)보다 거래량이 많았다. 코스닥에서도 오리엔트정공과 형지I&C이 거래량 10위 안에 있었다. 이들 종목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개인이 샀으니 당연히 기관과 외국인은 이 종목들을 팔았다. 기관은 오리엔트정공을 462만주 매도했고, 외국인은 바이오와 정공을 더해 1000만주 이상 팔았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량 1위 종목이 오리엔트바이오였다.
보통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을 욕한다. 개미보다 월등히 높은 정보력으로 주식시장에서 소위 '장난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제 개인 투자자인 한 지인이 '이재명 단타 성공. 치킨 개이득'이라고 말했다. 치킨값은 공모주에서만 버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과연 개인 투자자가 국장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국장을 망치는 주범이 나 자신을 포함한 개미일 수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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