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6일 국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까지였던 금지 기간을 이달 30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공매도 금지 이유는 외국계 투자은행의 고의적·관행적 무차입 공매도였다. 당국이 100여개 종목,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뒤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공매도 자체를 막아 버렸다.
공매도가 중단되는 기간 동안 무차입공매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의 중앙점검시스템(NSDS)를 중심으로 21개 기관투자자도 개별 시스템을 마련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마련한 시스템은 '실시간 잔고관리'가 가능해 기존 수기 작성 방식으로 인해 발생했던 무차입공매도를 막고, NSDS는 모든 기관 투자자 간의 거래와 실제 잔고 등을 검증한다.
당국은 최근 2개월여간 기관투자자 자체 전산시스템과 NSDS의 연계시스템을 거쳐 이달 모의가동을 진행 중이다.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IB와 국내 대형 증권사를 포함해 금지 전 공매도 거래량의 81%를 차지했던 21개 기관 투자자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상황이다. 62개 기관은 차입한 증권을 계좌에 입고한 뒤 공매도 주문을 내는 사전입고 방식을 채택해 무차입공매도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시장 거래 조건을 통일하고, 고의적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다.
당국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 불법 공매도를 99.9%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에 기반한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지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구간에서 공매도가 필요 이상으로 지수를 하락시켜 왔다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불안여건이 남아있는 지금 꼭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냐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로 돈을 버는 동안 접근성이 제한적인 개인 투자자만 손실을 입고,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조작한다는 의혹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내내 힘을 쓰지 못했던 국내 증시가 올해에서야 조금 반등하고 있는데, 하필 지금 시점에 공매도를 재개하는 지 모르겠다"며 "특히 성장주나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추가 주가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이 공매도 재개 이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해 완충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평가다.
반면 공매도 재개가 매도 압력 완화와 수급 관점에서 오히려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매도는 주식시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제도"라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그간 위험회피(헤지) 수단 부재로 빠져나갔던 헤지펀드 등의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오며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공매도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적합한 가격을 찾아 줘 시장 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적절히 조합해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게 공매도는 필수적인 제도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공매도 재개 자체가 지수 변곡점의 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 상황은 밸류에이션 과잉이 없고, 선현물 가격 차로 판단하는 과잉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과거 지수 급변동기와 달리 이번 공매도 금지가 불공정성 판단에 따른 제도 개선 필요에 의해 전개됐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 시 기계적 가격 조정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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