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의약품이 제외됐지만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번 발표에서는 유예됐지만 백악관이 의약품 관세를 언급한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내각회의에서 의약품 등 관련 추가 관세를 계획 중이라고 재차 언급해 '무역 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부과한다고 발표한 10%의 기본 관세가 5일(이하 하？현지시간) 발효된 가운데, 의약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관련 업계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3일 미국 뉴욕 증시가 5년 만에 최악의 폭락일을 맞았지만, 같은 시기 미국 제약사 애브비, 존슨앤존슨의 주가는 전일 대비 2% 상승했다. 또한 인도와 주요 유럽 제약사들의 주가도 전일 대비 상승했다. 시장은 관세 부과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는 안도감의 신호로 해석했다.
다만 백악관이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을 재차 밝힌 만큼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안 발표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의약품 부문을 겨냥한 별도의 관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서 다시 한번 의약품 관세를 거론하며 "제약 회사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세금을 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정부는 미국으로 제조시설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애널리스트들은 바이오젠과 암젠, 애브비, 머크가 해외 제조 비중이 큰 제약사라고 평가했다. 에밀리 필드 바클레이즈 연구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 뿐"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제약 업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업계도 의약품 관세 부과를 피했으나, 자국산업 보호에 적극적인 트럼프의 의중이 확인된 만큼 의약품 관세 부과는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는 있는 이슈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유경 신한증권 연구원은 "케미컬 의약품은 중국, 인도 중심으로 생산돼 미국에 수입되기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면서도 "바이오의약품은 다수의 국내기업이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거나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어 연관성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팜은 현지 시장 내 6개월분의 물량 사전 확보와 미국 생산 등 추가 공급망 확대 등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역시 계속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1월 세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필요 시 현지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DP)을 추가생산하거나 현지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밖에 삼성바이오에피스, 휴온스, GC녹십자 등도 대외 변수를 지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면서 미국에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인도 역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인도 제약사 시플라의 우망보라 CEO는 미국 내 제조시설 구축의 어려움과 비용 증가에 따른 우려를 제기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라면서 "의약품 관세가 제조 공장 이전을 정당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별 상호관세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