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5시리즈 흥행에 가입자 쑥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눈앞인데
저가요금제 지속성·수익성 없어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눈앞인데
저가요금제 지속성·수익성 없어
알뜰폰(MVNO)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기존 중소사업자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저가요금제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일부 사업자는 시장에서 손을 떼고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이달 중 알뜰폰 시장에 본격 진입을 예고하면서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회선은 지난 2월 964만8107개를 기록해 전달보다 9만개 가량 늘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은 2월 16.9%로, 전년 대비 3.4%포인트 증가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 초 선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 흥행 영향으로 풀이된다. 갤S25 시리즈는 역대 S 시리즈 중 가장 많은 130만대의 사전판매량을 기록했다. 새 기기 출시로 '알뜰폰+자급제' 조합 열기가 되살아나면서 알뜰폰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연내 알뜰폰 '1000만 가입자' 확보도 눈앞에 뒀다.
정부에서도 알뜰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월 20GB 데이터를 지원하는 월 1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2월 말부터 시장에 해당 요금제 출시에 나섰고, 이날도 알뜰폰 사업자 아이즈비전이 월 1만8700원에 5G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5G 울트라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저렴한 요금제를 노리는 알뜰 소비족을 겨냥했다.
알뜰폰 가입자 수가 소폭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중소사업자들이 초저가 요금제 경쟁에 돌입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적자를 감수한 마케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출시된 월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는 수익성이 거의 없거나 손해를 보는 구조로, 장기적인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기본 제공 데이터 소진시 속도제한(QoS)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무제한 요금제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큰 유인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수가 늘었다고 해도 이는 갤럭시S25 출시나 초저가 요금제 마케팅 등 단기 이벤트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시장 전반의 회복세로 보긴 어렵다"며 "5G 요금제를 쓰는 대부분 가입자는 무제한 요금제에 친숙한 만큼 영상·게임 등으로 데이터 소진을 많이 한다. QoS 적용도 되지 않는 월 1만원대 20GB 데이터 제공 요금제의 출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알뜰폰·이통사 도매대가 협상 사후규제 시행과 대기업·금융권의 알뜰폰 점유율 60% 제한 등의 요인도 알뜰폰 사업자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도매대가 협상 구조가 사후 규제로 전환되면서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요금 인하 경쟁에 나설수록 수익을 내기 어렵고 손해만 남는 구조"라고 짚었다.
저조한 수익성으로 알뜰폰 사업에서 적자를 본 세종텔레콤은 아이즈비전에 알뜰폰 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전기·통신·소방 설비 시공 및 토목공사 전문 기업으로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기도 했다.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은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알뜰폰 업계 내부의 분열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규모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알뜰폰 사업자가 있는 만큼 공통의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이달 중 알뜰폰 시장 진입을 앞두면서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확보 가능한 점유율은 8%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기존 이용자 '락인 효과'와 신규 가입자 유인을 위한 수준으로 금융권이 알뜰폰을 활용하는 만큼 단순 점유율 이상의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입이 중소사업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대형 '메기'가 시장에 들어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알뜰폰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워주길 바라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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