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제안 거부…국회 내 대표적 농정전문가 활약
'물지게' 지던 고학생 출신 홍 At 사장은 어떤 결실 낼까
'물지게' 지던 고학생 출신 홍 At 사장은 어떤 결실 낼까
이에 박 대표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홍 의원은, 박 대표가 맨 아래에 마지막으로 그려낸 작은 원을 보고서야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했는 지 알아챘다고 한다.
박 대표가 그린 것은 한반도 남쪽 지도였다. "이 왼쪽을 보세요. 과거 백제의 땅이었는데 지난 총선 때 저희 당에서 홍 의원만이 당선되지 않았나요?. 그러니 맡아 주셔야 되겠습니다." 그랬다. 그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힌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새로 창당된 열린민주당이 숱한 '탄돌이'를 탄생시키며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홍 의원은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한나라당 소속으로 살아남았다. 그래서 백제의 영토였던 충청과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 역할을 해 달라는 게 박 대표의 주문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선수 때문에 안 되겠습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만큼 스토리가 많은 인물도 찾기 어렵다. 5수 끝에 금배지를 달고 맹활약했지만 4년 뒤 총선에서 다시 분루를 삼켰다. 정계 복귀 후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이회창 대표가 선영이 있는 예산에서 출마해 패하고 말았다. 절치부심한 그는 17~19대 연속 당선되며 국회를 대표하는 농정전문가로 맹활약한다. 앞서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경제분과 간사위원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대통령실 핵심 실세 출신인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과의 최종 경선이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aT 사장으로 변신한 그는 '농어촌·농어민(축산)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 강한 선진국 된다!!'를 모토로 농수산식품의 혁신을 8개월째 이끌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이상으로 K-푸드의 경쟁력을 높혀 우리의 식품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철학이다. 구체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유통 구조 단순화, 온라인 판매 확대, 인공지능(AI) 기반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농협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삼아야 농어촌·농어민(축산)이 잘 살 수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의지다.
심판자에서 집행자로 '백의종군'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의정 활동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 놓곤 한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의원으로서 입법이나 예산 등의 분야에서 할 일이 더 있었는 데 하지 못한 것 같다는 토로다.
홍 사장은 매일 새벽 '물지게'를 지고 고학을 하며 야간고를 거쳐 건국대 농학대를 마친 자수성가 형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충남도 홍성에서 태어난 뒤 단 한번도 주소를 옮기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끈기와 고향 사랑이 특별한 홍 사장이 만들어갈 우리 농수산식품의 미래를 지켜보게 된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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