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6·3 대선 연대를 둘러싸고 공직선거법 위반 시비가 뒤따르고 있다. 원내 12석의 혁신당이 당무위원회 결정으로 대선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가운데 민주당으로부터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에서 완화하기로 했는지 대가성 여부, 혁신당의 민주당 선거지원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최근 윤재관 대변인 논평에서 "김상훈 '내란의힘' 정책위의장이 근거도 없는 허위 사실을 입에 담았다"며 "최근 혁신당이 결정한 조기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한 정치적 결단을 교섭단체 요건 완화라는 은밀한 정치 거래로 연결시켰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5개 야당 대표 및 권한대행들이 국회 본청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직무대행,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진보당 윤종오 상임대표 직무대행,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연합뉴스 사진>
이어 "교섭단체 요건 정상화를 은밀한 정치 거래쯤으로 생각한 걸 보니 김상훈 의장과 국민의힘은 뒷방에서 흉측한 정치적 거래 많이 하셨나 보다"라며 "여당 자격도 상실한, 두번 연속 자당 소속 대통령이 파면당한 세계 정치사에 길이길이 남을 기록을 남긴 당 지도부라지만 최소한의 공부 좀 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신시대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는 길을 차단하려 교섭단체 요건을 현행처럼 반민주적으로 높여놓은 걸 정상화하란 국민의 요구는 오랜 정치개혁과제"라며 "은밀한 정치적 거래 운운하며 근거없는 비방과 사실 아닌 발언을 계속하면 그에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지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8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상훈 의장은 "혁신당이 6·3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다. 지난 2일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첫 자치단체장을 배출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후 결정이라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며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대선에서 스스로 후보를 포기한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당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조건으로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민주당과 은밀한 정치거래를 한 게 아니냔 의혹이 제기된다"며 "만약 민주당이 혁신당에 대선후보를 내지 않으면 교섭단체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실상 선거법 제232조에 규정한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혁신당 측은 '실제 후보 등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후보 매수는 아니다' 주장하겠지만"이라면서도 "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추가로 중앙선관위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국회사무처로부터 사무실 공간과 인력·예산 지원, 국회 운영상 다양한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가 교섭단체 요건을 '20석 이상'으로 규정한 건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회엔 17개 상임위가 존재하고 교섭단체는 각 상임위 최소 1명 이상 의원을 배정할 수 있어야한다"며 "요건이 혁신당 기준으로 하향 조정된다면 교섭단체 정당이 일부 상임위 의원을 배치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혁신당에 촉구한다. 국민 앞에 모든 정치적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번 은밀한 정치 거래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라"며 "또한 민주당은 혁신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면 공개적인 '합당 절차'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4월18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책위원회 의장으로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지난 15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5개 정당 대표자들로 구성된 '내란종식 민주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는 국회에서 '2차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내란 특검,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 설치 외에도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다만 교섭단체 요건을 몇석으로 낮출지까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혁신당은 지난해 당론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정춘생 의원 대표발의)을 냈고, 민주당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이던 올해 3월12일 친명(親이재명) 중진 박홍근 의원이 '교섭단체 15석' 법안을 발의했다.
15석 기준일 경우 원탁회의에 동참한 혁신당과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각 1석)을 아우른 교섭단체가 출범할 여지가 생긴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야5당이 힘을 합쳐 내란세력을 종식하고 민주수호세력의 압도적 대선 승리를 약속한 만큼" 민주당에 "책임있는 실천"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민주당과 혁신당의 대선 연대 셈법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지난 17일 친민주당 성향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한 혁신당 지도부는 수감 중인 조국 전 당대표가 대선 무공천을 "매우 현명한 결정"으로 평가했다고 전하되 '공동선대위를 꾸리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조국 전 대표는 지난 담양군수 선거나 총선부터 늘 '여야 1대1 구도를 깨지 말자'고 계속 강조해왔다"고 전했고, 신장식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도 저희 당무위 결정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혁신당에도 감사하고 고맙고 압도적으로 같이 이기자'는 메시지를 내셨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어준씨가 '공동선대위를 꾸리는 건 어떤가. 그렇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못한다. 정당이 다르다'고 묻자 신장식 원내대변인은 "선거운동을 못 한다"고, 김선민 권한대행도 "(당적이) 다르면 안 된다. (선거법) 위반이다"고 공감했다. 김씨는 '정권교체 지지 의사를 밝혔어도 선거운동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
김 대행은 "그것도 민주당 후보가 다 결정된 다음, 경선 끝난 다음 이야기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신 원내대변인은 18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공동선대위 관련해선 법률상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당과 정당이 정책협약은 발표할 수 있는데 혁신당 안에 특정 후보자의 선대위를 만들 수가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A씨가 지난 4월 17일자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18일자 '장윤선의 취재편의접' 유튜브에 출연한 조국혁신당 지도부 인사들의 발언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미지.
그는 "그건 유사조직 설치 금지에 바로 (선거법 89조) 위반이다. 혁신당이 따로 선대위를 만드는 건 선거법 위반"이라며 "정당 간 공동선대위를 만드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후보자의 선대위가 만들어지면 '혁신당'이 들어갈 수 없고 당원과 개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신이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더라도 '혁신당 원내대변인'이 아닌 '국회의원 신장식'이어야 한단 취지다. 2022년 양향자 당시 무소속 의원이 여당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전례도 들었다. 다만 혁신당은 지난 13일 "민주당에 공동선대위 구성을 제안했다"(황현선 사무총장)고 밝혔다가 수일 만에 번복한 모양새가 됐다.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캠프 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은 지난 16일 JTBC 방송에서 공동선대위 제안 관련 "야5당이 논의한 것 같은데 정책연대 쪽으로 갈 것 같다"며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그 후보의 생각과 어떤 틀 내에서 선대위 구성이 논의되지 않을까. 아직 후보가 확정 안 됐기에 말씀드리기에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재명 팬덤 일각에선 소극적 연대를 의심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A씨는 20일 SNS를 통해 '선관위 측 답변'을 근거로 "선거법 88조에 따르면 혁신당처럼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 당직자나 국회의원은 민주당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민주당 후보를 위해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김어준씨와 혁신당 김 대행, 신 원내대변인을 지목해 "세분이 선거법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공동선대위를 꾸리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유포한 것"이라며 "사과나 정정도 없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을 뿐 아니라 바뀐 입장조차 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내용"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