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다. 2025 조기대선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다면 앞으로 남은 정치 일정에서 그의 역할은 없다. 정계 은퇴냐? 정치 계속이냐의 분수령이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연대 국민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이 상임고문에 제시한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이다. 다음으로 차기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해 2028년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이다. 마지막으로 통합형 대통령 선출과 온건합리파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조기대선을 불과 43일을 남겨둔 현 시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무엇보다 이 상임고문의 새미래민주당은 원내 의석이 단 한 석도 없는 원외정당이다. 이 상임고문의 지지율은 높지 않다. 말의 무게가 실리지 않는 이유다. 민주당은 무시하고, 국민의힘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먼저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을 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상임고문이 말하는 윤 전 대통령의 청산은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결별을 선언해야 마무리된다. 이 상임고문은 "아직까지 '탄핵에 반대한다'니, '계엄은 할만했다'니 정신나간 소리 하면서 어떻게 대선에 임하느냐"고 일갈했다. "정당해체 수준 개혁을 하지 않고는 국민의 신임을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청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청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윤 전 대통령 청산없이는 이 전 대표 청산도 불가능하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은 '반이재명 연대'의 출발점이다. 이 상임고문은 위기극복, 정치개혁, 사회통합을 국가적인 과제로 진단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 일은 어느 한 세력의 힘만으론 되지 않는다"며 "이 3가지 국가과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라면 그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평소의 지론인 '연립정부 수립' 골격을 제시한 것이다.
역시 관건은 전제조건이다. 이 상임고문은 "'권력만을 위한, 권력을 잡기 위한, 또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이합집산'엔 관심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청산 대상인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하지 않으면 연립정부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현재 국민의힘 상태로는 이 상임고문이 구상하고 있는 연립정부는 실현가능성이 없다. 이 상임고문의 정치 인생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첫번째 산을 넘으면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개헌에 착수하여 2028년 4월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선언한 후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의원 뿐이다. 선두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패배가 눈앞에 보이는 정당이 안받을 이유가 없는 조건이다.
마지막 관문은 '연립정부 구성'이다. 이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높지 않고, 새미래민주당이 원외정당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이 권력의 상당 부분을 나눠 가질려고 할지는 미지수다. 패배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국민의힘이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어려운만큼 조건이 충족되면 현재의 선거구도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 공통의 지향점과 목표가 없는 '반명연대'가 '개헌연대'라는 실체와 명분을 가진 세력으로 거듭나게 된다. 선거구도가 '정권교체 vs 정권재창출'에서 '구체제 유지 vs 새로운 정치체제'로 전환된다. 정권교체 대상으로 낙인 찍혀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뒤지고 있는 국민의힘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설이 나돌고 있지만 그 파괴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먼저 항간에서 말하는 '빅텐트'에 한 권한대행은 부합하지 않는다. 빅텐트는 전혀 다른 노선을 가진 다양한 정파 간의 연립정부 구성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연립정부,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후보단일화가 그렇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당적만 없을 뿐 같은 당 소속이나 마찬가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비슷하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경우 굳이 표현하자면 빅텐트가 아닌 '스몰텐트'라고 부르는 게 합당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거론하는 빅텐트에 부합하는 정치인은 이 상임고문이 거의 유일하다. 더구나 평생을 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호남에서 지역구 의원 4선을 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민주당의 문재인정부에서 최장수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정치 노선이 온건한 중도주의다.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한계는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구나 영남당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없지 않은 국민의힘이 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다면 일대 변혁적인 사건이다. 호남에서의 절대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중도층에게 완벽하게 버림받은 정당이다. 이 상임고문은 중도층 소구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극단적 대결정치의 산물이 줄탄핵과 국정마비, 그리고 이에 맞선 비상계엄선포다. 이같은 극단적 진영주의가 주는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통합주의 노선을 내세울 수도 있다. 이 상임고문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비토를 받고 대선 후보 1위 자리를 이재명 전 대표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이 상임고문을 지지하는데 심리적 장벽이 엷다. 더구나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여 개헌을 추진한다는 공통 공약을 내세울 경우 일거에 대선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공약만큼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할 수 있는 공약은 없다.
"외롭다고 아무나 손잡지 않겠다. 저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다가 죽을 것"이라고 선언한 대목은 단호하다.
"제게 남은 알량한 힘을 대한민국의 위기극복과 정치개혁과 사회통합을 위해 다 내놓겠다"는 호소는 비장하다.
이 상임고문의 마지막 승부는 정치인 이낙연이 사는 길, 원외정당 새미래민주당이 사는 길, 궤멸을 눈앞에 두고도 망상에 빠진 국민의힘이 사는 길, 극단적 대결정치의 상흔이 뒤덮은 대한민국이 통합의 새로운 길로 사는 길이 아닐까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이낙연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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