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 "반값 낮춰도 술 안 마셔요"…벼랑 끝 자영업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102109919036001[1].jpg "[박상길의 이슈잇슈] \"반값 낮춰도 술 안 마셔요\"…벼랑 끝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이 승부를 건 '2000원' 소주·맥주 이벤트. 생존을 위한 카드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싸늘했다. 2008년 금융위기때에도 내리지 않았던 외식 소주 물가가 26년 만에 관련 통계 이래 처음 낮아진 것은 이례적인 일임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다. 가격을 낮추면 손님들이 몰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벤트가 진정성이 떨어져 오히려 불편하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자영업자들은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에 부담만 가중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17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이른 저녁 시간. 기자가 방문한 수원의 한 고깃집은 수십개의 테이블 중에 손님이 딱 1팀에 불과했다. 식당 내부에는 적막감이 흘렀으며 손님들도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용히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술을 출고가에 맞춰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다보니 매출은 늘지만 안주가 그만큼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라 인건비랑 임대료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회전률로 커버해보려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오래 못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가격으로 경쟁 손님을 빼와야 하는 전쟁인데, 서로 가격을 낮추다보면 결국 다 같이 망하게 되는 꼴"이라며 "제 살 깎아먹기로 상권이 무너지게 될까봐 걱정된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소주와 맥주를 2000원에 판매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기자가 이날 둘러본 10여곳 중에서 단 2곳만이 특정 맥주를 2000원에 특별 이벤트로 판매했을 뿐 나머지 술집들은 1병당 4000∼5000원 사이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한 집만이 하이네켄을 9900원에 1+1 행사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자영업자들이 술값까지 낮추며 생존 모색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전달 95.2와 비교해 1.8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 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 수입 전망, 소비 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 지수는 작년 12월 비상계엄이 터지면서 12.5p 급락했다가 올해 1월(3.0p)과 2월(4.0p) 두 달 연속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쭉 이어가지 못했다. 지수 절대 수준도 비상계엄 직전인 작년 11월(100.7)보다 여전히 낮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세를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라며 "직장 회식보단 배달음식을 시켜 혼술을 즐기는 등 코로나 이후 바뀐 회식 문화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해서 강제로 소비 문화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효과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소비 촉진을 위해 지원금을 푼다고 하면 지원금으로 인한 소비가 자영업자쪽으로 갈지가 관건인데, 오히려 유동성만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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