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1162만7000장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164만9000장) 대비 2만2000장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 2018년 5월(1만2000장 감소) 이후 약 7년 만의 첫 감소다. 1월 기준 감소로는 신용카드 대란 대인 2004년 1월(16만장 감소)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감소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법인 신용카드 발급이 금융위기 등 특수 상황이 아닌 경우 매월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같은 달 개인 신용카드 발급이 1억2201만3000장으로 전월 대비 24만9000장 늘어 2016년 4월 이래 증가세를 지속한 것과도 대조된다.
법인 신용카드는 통상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법인 명의로 발급되는 카드를 의미한다. 법인 통장 계좌와 연동해 결제 금액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법인 카드 발급 증가세가 주춤한 건 일선 기업들이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유효 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 증감을 넘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이 기존 카드 갱신이나 신규 카드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은이 발표한 지난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p) 하락한 85.9였다. 지난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심리 전반이 추락했으며 미국 신정부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1940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법인 신용카드의 이용금액도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 지난 1월 총 이용금액은 17조541억원으로 전월(19조647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계절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2022년 5월 19조8544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3년 가까이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