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글로벌 철강 관세 여파 속에서 국내 철강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후판 가격 협상이 잇따라 타결되며 철강업계는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국내 조선 3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제철도 협상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결정된 후판 가격은 톤당 80만원 안팎으로, 이는 1분기 가격(70만원 후반대) 대비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다. 조선업계의 회복세와 함께 후판 수요도 동반 증가하는 분위기다. 이번 인상으로 후판가는 2023년 상반기 톤당 약 100만원에서 매반기 하락을 거듭하다가 2년 만에 반등에 성공하게 됐다.
현대제철도 1~2분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보단 인상된 수준으로 조선업계와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협상가는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후판 가격 반등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통상 대응 조치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24일부터 해당 조치가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저가 후판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며 국내 철강사들이 유리한 협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이후 유통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며 "조선 3사와의 협상은 2분기까지 모두 마무리됐고,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컨퍼런스콜에서 "지속적으로 유통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선 부문에서도 후판 가격 상승을 도모할 것"이라며 "현재 인상 폭에 대해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상이 단발적 흐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흐름과 수급 상황에 따라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철강사들도 향후 분기 단위로 유연하게 가격 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