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흑자 1년새 9억달러 감소
지난달 발표 후 증감률 '-6.8%'
부품 사재기에 전체 수출액 증가
지난달 발표 후 증감률 '-6.8%'
부품 사재기에 전체 수출액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자동차 25% 관세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급감했다. 여기에 오는 7월 8일로 유예한 25% 상호관세에 반도체 관세까지 예정대로 부과될 경우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의 기여도는 1.93%포인트(p)에 이른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기준 20.04%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놓은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6억3000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6.8% 급감했다. 관세 영향을 명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자동차의 4월 대미 수출이 25억1000만달러로, 작년보다 16.6% 줄어든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먼저 25% 품목 관세를 맞은 철강 대미 수출 역시 7.1% 감소했다. 철강 거래는 수출 2∼3개월 전에 물량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철강 관세 영향은 5∼6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그 추이가 주목된다.
올해 1분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작년보다 11.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4월 들어 감소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산업부는 이같은 수출 감소에 '관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고가의 전기차 판매 감소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미 수출은 올해 1월 93억달러, 2월 99억달러, 3월 111억달러로 각각 -9.4%, 1.0%, 2.3% 등의 증감률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가, 관세 직격탄을 맞은 지난달 -6.8%로 상승세가 꺾였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미 수출은 아무래도 미국의 고관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관세 영향이 기계적, 산술적으로 같은 수출 감소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품목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2% 증가했는데, 이는 오는 3일 25% 관세 부과 예고를 앞두고 미국 내 재고 축적 수요가 움직인 영향으로 분석했다.
무역업계에서는 여기에 상호관세와 단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품목 관세까지 겹칠 경우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4월 수출은 582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4월 기준 최대 실적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7.2% 증가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품목관세를 앞두고 소위 '사재기'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전 달보다 각각 22.2%, 11.1% 상승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가격 인상 움직임과 함께 미국의 반도체 관세 발표를 앞두고 중국 등에서 재고 확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트렌드포스 측은 설명했다.
무선통신기기는 스마트폰 수출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26.5% 증가한 15억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바이오 의약품 증가에 힘입어 14.6% 늘어난 14억 달러를 기록하며,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철강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25%의 품목 관세 부과에도 5.4% 늘어난 30억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차전지는 2023년 12월부터 이어온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13.7% 증가한 7억달러를 기록했다. 선박은 17.3% 증가한 20억달러 수출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양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1년 전보다 3.8% 감소한 65억달러를 기록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는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1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15대 품목 외에도 농수산식품 수출(11억달러·8.6%↑)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뷰티의 열풍으로 화장품 수출(10억달러·20.8%↑)은 4월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기기기 수출은 변압기·전선 등을 중심으로 전 기간 중 역대 최대실적인 14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중 수출은 반도체 수출이 반등하고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3.9% 증가한 10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4월 한국의 수입액은 533억2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7% 줄었다. 에너지 수입은 원유, 가스 등 수입 감소로 20.1% 줄어든 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대미 흑자 규모도 지난해보다 9억달러 감소한 45억달러로 축소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4월 대미 수출은 감소했으나 주요국 수출이 증가하고 주력 품목뿐 아니라 화장품, 농수산식품, 전기기기도 4월 역대 최대 수출을 경신하는 등 수출 경쟁력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장우진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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