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대선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직을 사임했다. "더 큰 책임을 위해 중책을 내려놓겠다"고 말하며 출마를 시사한 한 권한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며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이라며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다"며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은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대한민국은 수출로 일어선 나라인데 전세계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안보가 생명인데 우리를 에워싼 지정학적 질서가 한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다"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번영해야 한다"며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권한대행은 2일 0시를 기해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지 139일 만, 올해 3월 24일 헌법재판소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 국무총리로 복귀한 지 39일 만이다.
한 권한대행 측 실무진들은 여의도에 대선 캠프로 쓸 사무실을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2일 오전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권한대행의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과 총리 직무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게 된다. 최 부총리는 앞서 한 권한대행이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됐던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바 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