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발언 관계 분석·추론보다
당시 상황 전체적 맥락서 이해
고법 재판까지 4~5개월 소요돼
당선 땐 재판 진행 논란 불가피
당시 상황 전체적 맥락서 이해
고법 재판까지 4~5개월 소요돼
당선 땐 재판 진행 논란 불가피
![[기획] 2심 판결 요목조목 반박한 대법원… "일반인 관점서 해석"](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0202100358056001[1].jpg "[기획] 2심 판결 요목조목 반박한 대법원… \"일반인 관점서 해석\"")
대법원은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사실상 전부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핵심 쟁점은 고 김문기씨 관련 '골프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관련 '국토부 협박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대법원은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발언을 받아들이는 유권자 입장에서 판단해야지, 판사가 자의적으로 발언의 의미를 바꿀 정도로 지나치게 세분화해 사후적으로 재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이 후보의 첫 번째 발언은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당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씨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 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1심은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작된 사진'이라고 판단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의혹이 커지던 시기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후보는 즉각 김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씨가 2015년 1월 7일 해외 출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이 후보는 골프 모자를 쓰고 있었다. 다만 촬영 당일 골프를 친 것은 아니고 5일 뒤인 1월 12일에 김씨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발언을 '함께 골프를 쳤던 당시의 사진이 아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 사진이 특정 프레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편집됐으니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후보가 김씨와 골프를 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두 사람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되자, 이 후보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2심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번째 쟁점은 성남시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백현동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4단계나 상향해 변경 승인한 것과 관련해 "그것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용도를 바꿔준 것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며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서는 '협박'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2심 법원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을 근거로 '매각 관련 협조 요청' 등 공문을 보냈으므로 '법률에 의한 요구'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법률상 요구에 따랐다는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이상 처벌이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해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이 후보의 발언을 잘개 쪼갠 것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이므로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상향과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므로 이 후보가 국토부의 '협박' 등을 언급한 것도 특혜 의혹을 부인한 연장선으로 읽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용도지역 상향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이었고, 그 과정에 국토부의 압박·협박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이 인위적으로 발언을 잘개 쪼개어 의미를 재구성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는, 발언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후적인 세분 또는 인위적인 분절을 통해 연결된 발언 전부에 대한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또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그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서울고법으로 되돌아갔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새미래민주당 등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지만 현실은 간단치가 않다.
서울고법은 이날 공지를 통해 "파기환송 후 고등법원 재판부 배당 관련하여,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다시 배당절차가 진행된다"며 "추후 어떤 재판부가 파기환송심을 담당할지는 배당절차 진행 후 확정 시까지 미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원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배당에서 제외되고 형사7부로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기록이 넘어가고 재판이 다시 시작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파기환송심의 경우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대선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그 이전에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6·3 대선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파기환송심이 계속 진행되는지, 아니면 중단되는지를 놓고 또다시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이날 판결을 내리면서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 예외를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대해 별도의 해석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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