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망론 이낙연과 회동 잡을듯
무소속 출마하면 보조금 못 받고
국힘 입당땐 사실상 빅텐트 무산
이준석·국힘 후보간 조율도 난제
실질적 단일화 데드라인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사퇴했다. 2일 오전에는 출마를 선언한다.
한 대행이 대선판에 등장하면서 '반이재명 연대'를 위한 '빅텐트'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빅텐트론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덕수와 이낙연의 후보단일화
한 대행은 이 상임고문과 회동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다. 당초 출마를 선언하는 2일에 회동하려고 했지만 이날 이 상임고문이 대구 경북대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어 다른 날짜를 잡는 중이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회동이 관심을 끄는 건 한 대행이 전북, 이 상임고문이 전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른바 '호남대망론'이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반이재명 연대'가 파괴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텃밭을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한 호남 정서에 불을 지필 여지가 있다.
두 사람은 또 여러 현안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무엇보다 양극단의 갈등 정치를 종식시키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한 개헌이다. 국정의 안정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에 대해 두 사람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두 사람 간의 후보단일화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도 있지만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정치적 타협을 통한 결단 가능성도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지지선언하는 경우다. 이는 DJP연대 방식이다.
△정당 후보냐? 무소속 국민후보냐?
한 대행과 이 상임고문 간에 이 상임고문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과 새미래민주당 간 후보단일화가 진행된다. 이 경우 어떤 경우에도 정당 소속이어서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대행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당 후보로 등록하지 않고 선거를 할 수 없다. 무소속으로 등록하면 번호, 기호가 달라진다. 2번이 안 된다"며 "우리당 후보가 돼야만 당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선거 차량과 어깨띠 등 캠페인도 벌이면서 우리 당 후보를 찍어 달라고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법정 후원금 한도인 29억 원 이외의 비용은 모두 사재로 충당해야 한다.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국고에서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선거를 치르기에 무리라는 이야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한 대행의 국민의힘 입당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사실상 빅텐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행이 주목받은 이유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엄연히 당헌, 당규에 따라서 후보를 선출한 마당에 그런 절차에 의하지 않고 새로운 후보를 세우는 건 절차에도 맞지 않고, 빅텐트도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새미래민주당이 국민의힘 당 지도부에 당명 변경을 요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 후보이지 국민후보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2007년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여러 정당과 합쳐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던 것처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국민의힘 경선 결선에 오른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 모두 당명 변경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준석 후보는?
빅텐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의 참여가 필수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이 후보와 단일화가 쉽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두 사람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와 탄핵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더 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두 사람을 이어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조기대선을 앞두고 줄곧 한 후보 대망론을 펼쳤다. 김 전 위원장은 이 후보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지원군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와 한동훈 후보,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상임고문, 여기에 한덕수 권한대행을 놓고 보면 맞추기 어려운 퍼즐이다. 이들을 하나의 텐트를 묶어야 비로소 빅텐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들 간의 입장은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당장은 5명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은 쉬워보이지 않는다. 각자가 내건 조건들이 조금씩 달라서 공통 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행의 출마 선언은 그 퍼즐을 맞추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남은 시간은 당장 대선 후보등록일인 10일을 기준으로 '7일' 남았다. 투표용지에 단일후보 이름만 인쇄되어도 된다면 5월24일이 데드라인이다. '22일'의 시간 여유가 있다. 모든 후보 이름이 투표용지에 입력된 이후에도 후보단일화가 성사만 되어도 좋다면 6월2일까지도 가능하기는 하다. '31일'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