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관세'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공식적 협상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에 대해 그동안 '갈취당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을 향해 협상을 자주 언급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통상협상과 관련,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없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중국과 우리 측 사람들은 다른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주나 3주 후에 협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 '다른 문제'가 펜타닐 문제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앞서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중 '관세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 합성마약인 펜타닐 대응과 관련해 미국에 대화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이 멕시코 등지의 불법 조직에 의해 제조돼 미국으로 밀반입되고 있으며, 그 이전 단계에 중국산 펜타닐 원료가 밀거래를 통해 밀수출되는 것이 문제라며 중국 측에 관련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중국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물렸다. 현 145%의 관세 중에는 20%포인트의 펜타닐 관세가 포함돼 있다.
WSJ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펜타닐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중국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양측이 현재 대치 상태에서 벗어나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또한 중국 사회안전 분야 최고위 책임자인 왕샤오훙 공안부장 겸 국가마약방지위원장이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무엇을 하기를 미국 측에서 원하는지 등을 최근 타진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미국에 왕 부장을 파견하거나, 제3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와 만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펜타닐 외에도 미국과 중국은 관세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야 할 이유가 있다.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0.3%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트럼프 관세 영향을 피하기 위한 수입 폭증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상을 입기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미중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중국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 중국 정부는 확실히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부과로 중국에서 대미 수출과 관련된 일자리 최대 1600만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문제와 연결된 마약 대처 문제를 고리 삼아 자연스럽게 관세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 보자는 것이 중국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윈선은 WSJ에 "펜타닐이 두 나라가 더 긍정적 톤으로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쇄빙선'(갈등이나 긴장을 완화하는 말이나 행동의 의미)이 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협상을 시작하길 열망한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다만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공세에서 모종의 유화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고 있어 미중 펜타닐 대화의 성사 여부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