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에 산업 '부각'
표준연, IDQ 제품 첫 국가인증
국정원 지정 양자특성시험 전담
공공·민간시장 제품 공급 최선
표준연, IDQ 제품 첫 국가인증
국정원 지정 양자특성시험 전담
공공·민간시장 제품 공급 최선
SK텔레콤 서버 해킹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됐더라면 유심(USIM)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새삼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중첩 현상의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빛 입자 하나 하나에 암호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차세대 양자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만약 누군가 해킹을 시도하는 순간 양자 상태가 변해 이론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완벽한 보안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다가오는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대를 맞아 주요국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선점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보안적합성 검증 제도 시행을 통해 양자암호통신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오고 있다. 올 초에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장비가 국가로부터 보안 인증을 처음으로 받아 금융, 의료, 국방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공공기관이 도입하는 정보보호시스템, 네트워크 장비 등 보안 기능이 탑재된 IT제품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검증하는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아야 했다. 정부는 양자컴퓨팅 시대를 앞두고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장비에도 보안적합성 검증 제도를 도입했다. 양자암호통신장비를 국가·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ETRI,TTA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공공시장 진출과 시장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경우 기존 공인 시험기관들이 광학계 관련 시험 인프라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검증이 어려웠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23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양자암호통신장비 보안기능 검증제도 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아 양자키분배(QKD) 광학계의 양자특성 시험서비스를 개발하고, 양자특성시험 전담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표준연의 전담기관 지정으로 양자암호통신장비 검증의 신뢰성을 한층 확보할 수 있게 됐다.
QKD는 빛의 양자 특성을 활용해 송수신 양쪽에서 동시에 암호키를 생성해 분배하는 하드웨어 기반 방식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수신자는 암호키를 사용해야 송신자가 보낸 암호 정보(0과 1)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제3자가 중간에서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용통신 인프라인 광섬유케이블을 사용하는 QKD는 24시간 지속 연결이 가능하고 경제적이다. 다만, 다른 신호들과 함께 전송돼 간섭을 통해 노이즈가 발생하기 쉽고, 온도 변화와 진동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
표준연은 시험기관 지정 이후 광신호 특성, 신호간 구별 가능성, 평균 광자수 광자 수 분포 등 총 11개의 평가 서비스 항목으로 구성된 'QKD 광학계의 양자특성 시험절차서'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국내 양자암호통신장비 기업의 QKD 시험장비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완료하고, 지난 1월 글로벌 양자암호기업인 아이디퀀티크(IDQ)가 개발한 양자키분배장비(QKD) 제품에 대해 제1호 국가 공인 인증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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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IDQ는 2018년 SK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분할을 통해 SK스퀘어 자회사로 있다가 최근 양자컴퓨터 글로벌 선두기업인 아이온큐가 지분을 인수했다. 표준연은 IDQ의 장비 시험 서비스를 통해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광학계 성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미래 국가 정보의 안전 확보에 기여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신뢰성 있는 측정결과를 국내 양자암호통신장비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근거 마련과 기술 개발 지원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국내 제1호 국가 인증을 받은 IDQ는 앞으로 국가·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에 양자암호통신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염다현 IDQ 수석과학자는 "우리가 개발한 QKD 장비에 대한 양자특성시험을 표준연에 처음으로 의뢰했고, 표준연도 우리 제품을 처음으로 시험했던 만큼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국내 제1호 국가 인증을 받게 되는 결과를 얻게 돼 매우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염 수석과학자는 이어 "국내에서 아직 장비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시험인증을 받았기에 공공시장이나 은행, 데이터센터, 금융, 의료 등 보안성을 강조하는 민간 시장에서 조만간 제품 공급을 통해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과 판교, 대전을 잇는 250㎞ 구간을 장거리 양자통신망으로 구축, 양자암호통신 보안검증 지원을 위한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양자 테스트베드 일환으로 양자기술 시험 검증 및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며 하며 양자통신 산업 생태계 조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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