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혼란을 틈탄 악성 앱 보이스피싱 공격이 실제로 시도된 정황이 확인됐다.
8일 보안기업 에버스핀에 따르면, 피싱범들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SKT 유심 해킹 피해 여부를 점검해드리겠다", "기기가 해킹된 것 같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사용자의 기기 보안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원격 접속을 통해 악성 앱을 압축파일 형태로 피해자의 단말기에 전송한다. 압축파일을 해제해야만 문서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압축해제 프로그램 설치도 유도한다. 실제 APK 파일은 메신저 플랫폼을 통한 직접 전송이 어렵기 때문에, 공격자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압축해제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을 쓴다.
압축을 해제하면 '피해구제국'이라는 이름의 악성 앱이 등장한다. 이 앱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이어 SK그룹 보안기업 이름을 도용한 'SK쉴더스'라는 두 번째 악성 앱이 설치되는데, 사용자가 금융기관이나 경찰청 등에 전화를 시도할 때 전화 통화를 범죄자가 가로채는 기능을 수행한다.
물론 이 앱은 실제 SK쉴더스와 무관하며, 피싱범들이 SKT와의 연관성을 노려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격제어 앱과 압축해제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할 때는 각각 정상적인 소프트웨어인 '애니데스크'와 '알집'도 동원해 악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싱범죄를 위해 설치된 앱 목록. 에버스핀 제공
에버스핀이 확보한 실제 기록에서 해당 앱 4종은 지난달 20일 단 10분 이내에 순차적으로 설치됐다. 회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유심 복제나 신규기기의 수치상 급증은 없지만, 사이버범죄자들의 공격방식이 SK T해킹 사고를 악용한 타깃 침투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대량 문자 스미싱과 달리, 전화·앱 설치·통화 도청까지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범죄 방식이라 피해자가 피해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에버스핀은 "현재 해당 악성 앱들에 대한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속히 전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피싱 범죄는 항상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유사사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시스템 기반 보안 필요성을 강조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