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이 내년 하반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베트남 15-1/05 개발광구 황금낙타 구조에 인접한 '붉은낙타 구조'에서 원유를 추가로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베트남에서 올해만 두 차례 연속으로 원유를 발견하며 자원개발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1983년 시작한 SK그룹의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통찰과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자원개발 리더십으로 연결되며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에너지 자원 확보에 있어 SK그룹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SK어스온에 따르면 베트남 15-1/05 광구의 운영권자인 미국 머피는 최근 베트남 남동부 해상의 쿨롱 분지에 위치한 15-1/05 광구 붉은낙타 구조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고, 지난달 말부터 하루 2500배럴 규모의 고품질 경질 원유를 시험 생산해 냈다고 밝혔다.
머피는 "15-1/05 광구의 붉은낙타 구조 탐사에서 심도 약 4100m 부근 시추를 통해 32m 두께의 유층을 발견했다"며 "이 구조는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황금낙타 구조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원유 발견은 지난 1월 베트남 15-2/17 광구의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부존을 확인한 후 시험 생산에 성공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전한 성과다. SK어스온은 지난달 원유 탐사에 성공하면서 올해에만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자원 개발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15-1/05 광구는 SK어스온이 지난 2007년 개발에 참여한 광구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광구 운영권자인 머피와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PVEP가 각각 40%, 3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어스온과 머피는 지난 2019년 베트남 15-1/05 광구 황금낙타 구조가 상업생산이 가능한 유전임을 확인한 후 내년 하반기 원유 생산 개시를 목표로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로 원유발견에 성공한 붉은낙타 구조는 황금낙타 구조와 인접해 있어 기술 연계 등 개발 과정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K어스온은 현재 베트남 내 4개 광구에서 자원개발 역량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생산 단계에 있는 베트남 15-1 광구는 SK어스온이 1998년부터 참여해 2003년 10월 검은사자 구조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하며 동남아 자원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탐사 단계로 2019년에 참여한 15-2/17 광구에서는 올해 1월 황금바다사자 구조에서 원유를 발견했다. 2020년부터 참여한 16-2 탐사광구에서는 2023년 11월 황금하마 구조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붉은하마 구조의 탐사 시추가 예정돼 있어 추가 자원 발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자원개발 리더십으로 이어지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자원 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5~10%로 실패 확률이 높고 비용도 수조원이 소요된다. 설사 탐사에 성공해도 수익을 거두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너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일찍이 자원 안보의 핵심이 독자적인 원유 생산과 비축 능력에 있다는 점을 통찰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개발에 도전해 350만달러를 손해보는 등 실패의 쓴 맛을 봤지만, 당시 그는 "석유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뚝심 있게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1984년 7월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석유를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 북 자파라나 광구, 2003년 페루 8광구, 1999년 베트남 15-1광구에서 연이어 원유의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무자원 산유국의 꿈은 그대로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일선에서 발로 뛰며 2007년 베트남, 2008년 콜롬비아, 2010년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2011년 브라질의 생산광구인 BM-C-8과 석유 발견에 성공한 탐사광구 BM-C-30, BM-C-32 광구를 덴마크 머스크 오일에 24억달러에 매각하며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전략을 확립했다.
그 결과 SK어스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은 1983년 자원개발 사업에 처음 진출해 현재 세계 8개국 11개 광구, 3개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환산 기준 일평균 5만800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 중이다.
SK어스온 관계자는 "SK어스온이 자원개발 핵심지역에 집중하는 클러스터링 전략을 편 결과 베트남에서 연이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SK어스온은 자원개발 유망지인 동남아시아에서 글로벌 에너지 자원개발 회사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