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글로벌 판매망이 넓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선 중동 지역의 AI 칩 수요를 유발시켜 신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규제 해제를 시사했다. 국가별로 등급을 매겨 차등 규제해온 기존 AI 칩 수출 통제 방식을 고치기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지역 순방을 앞두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 업계에선 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저가형 HBM 제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수출 통제에 가로 막혀있던 지역에 AI 칩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HBM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봐서다. 이 경우 HBM3E(5세대)와 HBM4(6세대) 같은 최선단 제품 외에도 구형인 HBM3(4세대)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HBM뿐 아니라 구형이나 저가형 HBM에서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며 "엔비디아의 판매망이 넓어지면 국내 메모리 업계는 HBM 추가 주문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AI 반도체 판매망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중국으로의 AI 칩 우회 수출 통로로 꼽히며 지난 2023년부터 미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받아온 지역이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 발생하는 AI 칩 수요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해제할 수 있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AI 칩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국내 업계는 새 판매망을 얻게 되는 것"이라며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간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줄곧 관세 인상과 규제 강화를 요구해왔는데, 이번 조치는 예정된 반도체 규제를 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관세와 규제를 강조해 온 트럼프 미 정부가 이제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현 상황을 만회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재 나오는 정책들은 대부분 즉흥적으로 나오는 성격이 강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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