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는 조기상환을 위한 '건전성 요건'을 맞추지 못했지만, 금융 시장 안정과 투자자 권리 보호를 앞세우면서 강행하고 있다. 당국은 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당국과 금융사간의 이례적 충돌 속에 투자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롯데손보는 8일 지난 2020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키로 하고 관련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며 "회사의 고유 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을 사용하는 만큼 계약자 자산과 계약자 보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는 선결 조건인 감독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콜옵션 행사를 위해선 상환 이후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150%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4.6%다. 회사가 금감원에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비율은 150%에 크게 미달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7일 금감원에 이 요건을 맞추지 않고도 채권 상환을 할 수있도록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자본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불허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롯데손보가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할 경우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관련 법규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 재무 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것"이라며 "롯데손보 측이 당기 수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보다는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와 계약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 나오는 3월 말 결산과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라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등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 초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 부문을 집중 들여다봤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거나 분기 말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롯데손보가 당국의 승인 없이 콜옵션 절차를 개시한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행사는 쉽지 않다. 투자자와 접촉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을 경유해 증권사 계좌를 통해 들어가야 하지만 예탁원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승인 신청에 대해 불승인 공문을 보냈다"며 "예탁원에서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자 내역을 제공해달라고 해도 (감독당국 승인 없이) 임의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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