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가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선 즉시 단일화하겠다던 후보는 당이 제대로 된 대선 후보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를 공격하고 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출마했다던 후보는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 가치도, 어떤 희생을 하겠다는 결기도, 대의명분도 없다. 정치적 실리를 얻기 위한 줄다리기만 계속되는 상황이다.
시계를 되돌려보면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 행태의 연속이었다. 그 책임은 언제나 보수가 뒤집어썼다.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일 가운데 보수의 가치와 맞는 것은 예산의 허리띠를 졸라매 재정적자 증가 폭을 줄인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오히려 정책면에서는 진보정권과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5년 동안 정책 실패를 주장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집값도 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은 임기 초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이내 반등하며 현재는 전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규제를 풀어 집을 팔 수 있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설정해 집 거래를 막는 것도 여전하다.
의대 증원 문제 또한 적극적이었던 쪽은 공공의대 확충을 공약하는 진보진영이었으나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 '통 크게' 추진했고, 계엄 포고령에 실릴 정도로 큰 싸움으로 번졌다. 무엇보다 보수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는 맞지 않다. 계엄에 대한 비판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반발하는 것도 사유재산이나 각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다.
여기에 최근 후보 단일화 둘러싼 일련의 사태 또한 당헌과 당규에 명시된 방식이 무시되고 있다. 보수정권 몰락의 대부분 원인은 정치인,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무능해서 벌어졌다.
이런 보수 진영과 정치인들의 자중지란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4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범보수 진영이 각자 지지층을 설득해 실력을 보였다면 해볼 수 있었던 선거였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지만 보수정당과 그 정치인들은 무능함을 생중계하며 몰락하고 있다. 아마 선거 후 책임도 보수가 지고 각종 정책이 후퇴할지 모른다. 정치인들이 차기 당권을 틀어쥐며 '책임 없는 쾌락'을 맛보는 동안 말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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